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 지도자들이 줄줄이 바뀌는 '세계 권력 교체' 후 1년여가 지났습니다. 취임 첫 해에 강한 리더십으로 인기가 식지 않는 지도자가 있는가 하면, 바닥권을 헤매는 지지율로 권력의 정점에서 좌불안석인 지도자도 있습니다. 그들의 리더십의 성패는 무엇인지를 '키워드'로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다섯 차례 연재합니다. 첫 지도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입니다.
"중간선거 유세에 나를 초대하지 않아도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선거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패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집권 2기 첫 해인 2013년이 지나면서 이런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거 때면 그의 지원유세를 고대하던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멀리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달 초 백악관에서 민주당 상원 의원들과 만나 현실을 인정했다. 11월 중간선거에서 자신을 부르지 않아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얘기다.
대선에서 승리를 쟁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뒤 이어진 1년은 오바마에게 결코 편치 않은 나날이었다. 외교나 국내 현안에서 되는 일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당쟁이 그치지 않는 워싱턴의 정치인들의 책임이 더 큰 것은 맞다. 하지만 보수, 진보 구분 없이 오바마의 리더십을 문제 삼고 있다. 현안들이 공화당의 벽을 넘지 못하는 데는 오바마 책임이 크다는 이유다. 민주당에서 벌써 '포스트 오바마' 담론이 풍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바마 리더십의 가장 큰 결점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은 특히 오바마와 그의 참모들이 똑똑할지 몰라도 현실을 제대로 알지는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시행이다. 4년여 정치공방 끝에 지난해 10월 처음 웹사이트로 가입자를 받기 시작한 오바마케어는 사실 오바마의 최대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웹사이트가 거푸 접속장애를 일으키며 오바마 정부의 기술적, 행정적 실패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말았다. 공화당과 정치 공방에서 이겨 놓고도 실질적인 준비 부족으로 오히려 감점을 당하는 꼴이 됐다. 오바마는 집권 1기 때도 부실한 경기부양책과 실업자 대책으로 불신감을 초래했다.
오바마 리더십에 의구심을 갖게 한 또 다른 사례는 국가부채 조정과 예산안 문제로 연방정부가 폐쇄(셧다운)된 사건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마저 취소되면서 리더십 문제가 외교ㆍ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아시아국가들은 그의 외교 치적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오바마의 의지, 미국의 능력에 의심했다. 우유부단한 오바마의 외교ㆍ안보 리더십은 오바마 정권교체 때 바뀌지 않은 유일한 장관인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회고록에서 비판했다.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레드라인(금지선)을 설정했다가 후퇴시킨 게 대표적이다.
오바마도 자신의 리더십이 심각하게 의심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2014년을 행동하는 해로 선언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서민을 겨냥한 경제불평등 해소 조치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한번 내리막길로 접어든 지지율은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소득 불평등을 얘기하면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백악관 만찬 때 부인 미셸이 3,000달러짜리 드레스를 입은 것 같은 자잘한 이야기들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그를 괴롭힌다.
지난해 11월 40% 초반대로 추락한 오바마 지지율은 별로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인 것은 그의 업무수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이미 오래 전부터 50%를 넘었는다는 점이다. 부동층이 오바마에 부정적인 쪽으로 움직인 결과다.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도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오바마 2기 출범 후 1년간의 지지율 흐름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와 유사하다. 정권 초기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갈수록 리더십이 흔들리며 결국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오바마의 임기는 아직 3년 남았다. 지금대로라면 오바마는 부시의 악몽을 다시 꿀지도 모른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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