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떠난 한국인 여행객이 이집트에서 버스 테러를 당해 현재까지 한국인 3명 포함, 4명이 숨지고 10여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테러가 발생한 지역은 이집트 시나이반도 북동부 타바 국경초소 인근으로, 관광객들은 터키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출국수속을 위해 버스가 잠시 멈춘 사이 괴한 1명이 버스 안으로 폭탄을 투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테러의 배후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범행 동기 역시 한국인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반정부 무장세력이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시나이반도는 지난해 7월 무르시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축출된 뒤 그를 지지하는 무장세력들이 준동하면서 급격히 치안이 악화한 곳이다.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알 아흐람' 등이 이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2012년에는 역시 성지순례에 나선 한국인 관광객 3명이 유목민인 베두인족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적도 있다. 정부는 이 사건 이후 시나이반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 여행자제'에서 '3단계 여행제한'으로 강화한 상태다.
한국인이 테러의 목표물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3년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직원들이 고속도로상에서 피격돼 2명이 숨졌고, 2004년에는 이라크에서 가나무역 김선일씨가 무장단체에 납치된 뒤 끔찍하게 살해됐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피살된 사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테러 행위는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여행객 스스로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치안이 불안한 중동지역의 경우에는 더 말한 나위도 없다. 3단계 여행제한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최고의 경계 조치다. 물론 정부가 이 지역 여행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위험을 경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경각심을 갖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지적되는 얘기지만 국내 종교단체는 특히 해외선교나 성지순례 등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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