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슬람 무장세력이 아랍의 봄 이후 국내 정치혼란과 치안공백을 틈타 다시 외국인 관광객을 테러의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오사마 빈라덴 사망과 함께 약해질 줄 알았던 알카에다가 도리어 중동 전역으로 세를 확장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이라크와 아프간 철군 이후 권력 공백, 아랍의 봄 이후 불안한 중동 정세가 이슬람 무장세력의 발호를 부추기고 있다.
이번 한국인 성지순례단 테러와 관련해 외신들은 "2004~2006년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부에서 120명이 희생된 후 처음 일어난 관광객 테러"라며 "관광객을 겨냥한 공격이 횡행했던 과거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국가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에서 이집트를 방문한 관광객은 1,119만명.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의 발상지라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피라미드 등 인류문화 유산이 풍부해 다소 치안이 불안해도 관광객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이를 노린 테러도 지금까지 적지 않았다. 1997년 룩소르에서는 사원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관광객 58명이 숨졌다. 2004년에는 타바 힐튼호텔 등에서 세 차례 폭탄테러가 발생해 34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부상했다.
관광객이 테러의 대상이 되는 데는 이집트 정정불안과 이슬람의 세력 확장이 배경에 있다. 테러로 세력을 과시하면서 자신을 탄압하는 군부 주도의 과도정부에 경고도 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실제로 이집트 내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지원한 모하메드 무르시 대통령의 지난해 7월 실각을 전후해 이슬람 무장세력의 활동이 딴판으로 바뀌었다. 아랍권 자유언론 이슬라미스트 게이트는 "그동안 이스라엘 등을 겨냥해온 '안사르 바이트 알마크디스'는 무르시 정권 몰락 뒤 이집트 군과 경찰을 공격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지난해 12월 카이로 북부 만수라시의 시경찰청 본부 차량폭탄테러 뒤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했다. 최근 이슬람주의자가 운영하는 자선기관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 이집트 당국의 "이슬람 박해가 극단세력을 자극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이집트 전 육군 준장은 "사회 내 모든 이슬람주의자를 비난하면 그들 모두를 적으로 만들게 된다"며 "결국 싸움이 길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뿐 아니라 중동 전체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은 세를 불려가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 무장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는 미군이 철수한 이라크와 시리아, 레바논에서 잇따라 테러를 일으키는 등 위협적인 존재로 다시 등장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수감된 탈레반 죄수 65명이 석방되는 등 알카에다 지원세력이 다시 세를 모을 조짐도 보이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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