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방송시장에서 독과점 구조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 모두발언에서 "최근 방송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방송 채널을 늘리는 등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며 "중소 프로그램 제공업체의 입지가 좁아져 방송의 다양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업계는 대통령의 발언이 최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이 대형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시장 점유 규제를 완화하고 이로 인해 대기업이 특혜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이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다수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CJ그룹과 태광그룹 그리고 관련 시장에 관심이 큰 KT, SK, LG 등 대형 통신 회사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SO가 케이블TV 전체 가입자의 3분의 1 이상을 가입시킬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3분의 1로 완화했다. 이 경우 가입 가구 상한선이 495만여 가구에서 850여만 가구로 확대된다. 전체 방송권역(77개)의 3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제한도 완화해 SO가 전국을 대상으로 가입 유치 경쟁을 할 수 있게 했다. 중소 케이블TV 업계는 개정안에 대해 자본력이 우월한 대기업의 시장 장악력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대기업 계열 케이블TV 회사에 가입자를 몰아주려는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현재 SO의 가입자 점유율은 CJ헬로비전 26.3%, 태광그룹의 티브로드 22.3%, 수도권 최대 케이블TV 사업자인 씨앤앰(C&M) 16.6%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대형 SO가 매물로 나온 SO를 인수, 몸집을 더 키워 독과점이 심화할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이런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에 대형 SO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17개의 채널을 운영하며 업계의 공룡으로 떠오른 CJ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그룹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이 특정 기업이나 특정 현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방송 산업 전반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홈쇼핑의 경우 특정 채널은 앞에 배치되고 또 어떤 채널은 뒤에 배치되는 등 프로그램사업자(PP) 및 SO와 관련해 시장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이 그런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방송 산업이 성장하려면 콘텐츠가 다양해야 하고 그러려면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방송 산업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강조한 것이지 특정 현안이나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장 규제 완화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리고 SO 인수 역시 주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장에는 씨앤엠이 매물로 나왔으며 일부 대기업이 입찰 제안서를 받아가기도 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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