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한 데 대해 법조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는 "내란이 반드시 중국의 마오쩌둥처럼 실행이 돼야 인정되는 법리가 아니다"며 "우리 법은 내란의 의도가 진실했느냐, 계획이 실현 가능한 수준이었느냐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유죄 선고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은 "실제로 내란음모가 이루어졌다고 본 지난해 5월 12일 모임 참석자의 절반이 여성이었고 이른바 총책과 주요 간부들도 사전 모임을 하거나 현 정부의 전복에 대해 누구 한 명 한 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유죄 판결을 반박했다. 이어 "민주주의의 시계를 30년 전으로 돌린 오늘 판결은 고스란히 사법부에 대한 불신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40차례를 넘는 집중심리와 법정에서 증거를 공개해 판단하는 등 공판중심주의 원칙에 비춰볼 때 적어도 절차상의 하자는 없어 보인다"며 "인정된 증거들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합리성을 모두 판단한 이상 (결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법률적인 하자나 이의를 제기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징역 12년의 형량에 대해 재경지법의 한 형사법관은 "양형이 세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의원의 행위가 내란음모죄를 구성하는 '목적성'(국헌문란)과 '집합성'(실행 가능한 인원이 운집)을 충족했기 때문에 12년 형이 높다고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이 의원 변호인단이 (당시 회합의 내용으로 볼 때 내란음모) 행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검찰과 국정원이 수집한 녹취록 등) 증거의 위법성과 조작 가능성만 강조한 것이 패착"이라며 "이 같은 변론은 오히려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돼 형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에서 제출된 세세한 증거를 직접 보지 않은 이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긴 어렵다"면서도 "연일 진보ㆍ보수 세력이 시위를 하는 등의 상황들이 과연 재판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향후 항소심 전개 과정도 관심거리다. 1심에서 패배한 이석기 의원의 변호인단이 RO(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 녹취록 등의 증거를 인정하고, 당시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을 파고들어 내란음모의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식으로 공판 전략을 바꿀지 주목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 (전체적인 법정 공방)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오히려 쟁점은 더 첨예하게 다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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