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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에 패한 러시아, 여자피겨에 분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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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에 패한 러시아, 여자피겨에 분풀이?

입력
2014.02.1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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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 대(對) 연아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할 여자 피겨스케이팅 김연아(24)의 최대 적수는 역설적으로 김연아 자신뿐이라는 이야기다. 아사다 마오(24ㆍ일본)와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ㆍ러시아)가 호사가들의 입길에 ‘라이벌’로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김연아는 이들에 대해 무심(無心)이다. 하지만 뜻밖에 변수가 생겼다. 경기장 밖의 라이벌이다. 상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다. 510억달러(55조원)를 들여 역대 가장 비싼, 소치올림픽을 기획한 주인공 푸틴 대통령이 ‘빈 손’으로 대회를 마칠 수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소치 올림픽을 통해 푸틴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자신의 통치하에 있는 초강대국 러시아의 실상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 21세기 차르(황제)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 이에 걸맞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소치 올림픽 최고의 ‘빅카드’로 꼽힌, 미국과 러시아가 맞붙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찾아 자국선수단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올림픽 파크에만 10만여명의 구름인파가 몰렸다. 하지만 러시아는 승부치기 끝에 패해 체면을 구겼다. 플레이오프로 밀려난 러시아는 결승에 오르기도 힘든 처지다.

아이스하키와 여자피겨는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다. 하계올림픽 마라톤처럼 폐막일 직전에 일정이 잡혀있는 이유다. 아이스하키에서 패한 푸틴이 여자 피겨 금메달로 위안을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소치 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심판진을 발표하면서 ‘테크니컬 컨트롤러’에 러시아 출신 알렉산더 라케르니크를 선임했다. 테크니컬 컨트롤러는 기술 요소의 인정과 정정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 즉,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와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의 의견이 충돌했을 때, 마지막 판정을 내려 점수를 확정하는 역할이다. 김연아의 정당한 기술구사에 괜한 트집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라케르니크는 앞서 러시아가 여자 피겨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때도 테크니컬 컨트롤러를 맡았다. 그는 롱엣지(Wrong-edgeㆍ왼발 아웃에지로 뛰어야 할 러츠 점프에서 인에지로 뛰는 것) 논란을 빚은 리프니츠카야의 점프를 정상으로 인정해 금메달에 기여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리프니츠카야는 모두 세 번의 점프 중에서 두 번은 정상 인정을 받았고, 한번만 롱에지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올림픽 직전 유럽 대회에서 가장 많은 롱에지를 저질러 줄곧 약점으로 지적 받아왔다.

심판들이 푸틴의 ‘입김’을 의식해 김연아의 점프를 롱엣지로 판정하고, 리프니츠카야의 장기인 스핀에 가산점을 듬뿍 줄 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한편 피겨 심판은 레프리를 포함해 모두 13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대회 진행을 맡은 레프리, 다이애나 바르바치 레비(스위스)는 점수를 부여할 수 없다. 12명중 테크니컬 컨트롤러와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그리고 어시스턴트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 외에 9명의 심판이 점수에 관여한다.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가 기본 점수를 부여하면 이를 기준 삼아 심판이 점수를 매긴다. 다시 최고점과 최저점을 뺀 나머지 7명의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번 대회 테크니컬 스페셜리스트는 바네사 구스메롤리(프랑스)이고, 이를 보좌하는 어시스턴트 스페셜리스트는 올가 바라노바(핀란드)다. 핵심 3인이 모두 유럽인 출신이다.

심판 9명은 경기 직전에 13명 중에서 무작위로 뽑는다. 여기서 빠진 4명의 심판은 무조건 프리 스케이팅 심판으로 들어간다. 나머지는 쇼트 프로그램 심판 9명 중 5명이 다시 무작위로 프리 스케이팅 심판까지 보게 된다. 후보군 13명중에서 한국은 고성희 국제심판이 포함돼 있다.

이들 외 데이터 오퍼레이터와 리플레이 오퍼레이터도 명단에 올라있지만 점수와는 무관한 역할이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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