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4)가 다시 한 번 왕관을 쓸 수 있을까?”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미국 주관방송사인 NBC가 17일(한국시간)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달성 여부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NBC는 ‘반환점을 돈 소치 올림픽에서 남은 기간 기대되는 세 가지 장면’를 꼽으며 김연아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이 매체는 “피겨퀸 김연아가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며 “20일과 21일 확인할 수 있다”고 일정을 소개했다.
카타리나 비트는 1984년 사라예보 대회와 1988년 캘거리 대회에서 연거푸 정상에 오른 전설적인 피겨 스타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이번 소치에서도 금메달을 정조준, 26년 만의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러시아의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 일본의 아사다 마오(24)가 라이벌로 꼽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김연아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능력, 김연아의 명품 점프를 분석해봤다.
▲4년 전 뉴욕타임스가 극찬한 점프
뉴욕타임스는 지난 2010년 2월11일, 2010 밴쿠버올림픽 특집판에서 6,7면 등 두 면을 할애해 김연아의 주무기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의 연속 사진을 실었다. 타임스는 “김연아의 점프 비밀을 공개한다”며 인터넷판에는 2분36초짜리 동영상도 게재했다. 당시 영상에는 코치였던 브라이언 오서(캐나다)와 김연아의 인터뷰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콤비네이션 점프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어떤 부분을 염두하고 연기하는지에 대해 직접 설명을 했다. 뉴욕타임스는 김연아의 점프 영상을 3D로 변환시켜 각 동작을 세밀하게 설명한 뒤 스피드, 완벽한 자세, 긴 점프거리의 3박자가 명품 점프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 때 밝혀진 점프의 비거리는 약 7.62m(25 피트), 높이는 약 60㎝였다. 이는 다른 선수에 비해 1m는 비거리가 길고, 높이는 10㎝ 높은 수치인데 오서는 “김연아가 스피드와 높이 있는 점프를 구사하기 때문에 다른 선수보다 더 연기가 화려해 보이고, 점프 거리도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이유 탓에 김연아는 트리플 점프의 체공 시간도 0.55초로 다른 선수들(보통 0.46초) 보다 0.1초가 길다.
▲4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점프
밴쿠버 대회 이후 4년이 흘렀다. 김연아는 한 동안 현역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고 당시 스무 살이던 나이도 어느새 스물 넷으로 바뀌었다. 통상 여자 선수는 사소한 신체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키가 크고 체중이 늘면서 예전처럼 점프를 못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 10대 후반의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가볍게 뛰었던 아사다 마오는 키가 5㎝, 체중이 5㎏ 늘면서 점프 성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몸이 커지다 보니 예전과 같은 감각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김연아는 4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기존의 특출난 비거리와 높이, 월등한 체공시간에다 20대 중반의 성숙함까지 더해졌다.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피겨심판이사는 “이번 시즌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가장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라며 “점프만 놓고 보면 밴쿠버 때 보다 오히려 좋다. 4년 전에는 여유가 조금 부족했는데 이제는 점프가 안정적이고 참 곱다. 가볍기까지 하다”고 평가했다.
▲교과서적인 점프, 특별한 그녀
김연아는 뉴욕타임스에 실린 동영상에서 “속도가 나면 날수록 점프 높이는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는 그의 점프와 관련된 또 다른 수식어인 ‘교과서’라는 표현의 핵심이 되는 말이다. 김찬주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는 “김연아의 점프는 웬만한 남자 선수를 능가한다. 이는 다른 선수에 비해 스케이팅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며 “이 속도가 빠르면 점프할 때 큰 운동량을 만들어 낼 수 있어 회전 속도도 빨라지고 비거리의 이동 거리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도약 직전 스케이팅 스피드를 죽이거나 멈칫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본능 ‘두려움’ 탓인데, 야구 선수가 몸쪽 공을 무서워하는 것과 엇비슷하다. 또한 빠르게 스케이팅을 해 점프 했을 경우 공중 동작, 착지 동작에서 그 스피드를 제어할 수 없어 속도를 죽이는 일이 많다. 남자 선수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김연아는 숱한 연습 과정을 통해 두려움을 없앴고 스피드 제어 능력까지 키웠다. 특별한 ‘그녀’다.
중심축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피겨 선수들은 처음 스케이트화를 신을 때 “정수리에서 오른 발 끝까지 긴 막대기가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유지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축을 일자로 곧게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 역시 김연아가 아주 뛰어나다. 축이 곧게 서면 콤비네이션에서 두 번째 점프를 할 때 그 만큼 탄력을 얻는다. 착지 과정에서 좀처럼 흔들리는 법이 없다. 다른 선수들도 이 부분을 모를 리 없을 테지만, 김연아의 점프 기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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