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에서 일어난 한국인 성지순례단에 대한 폭탄테러를 놓고 왜 한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일어났는지 의문이 일고 있다.
이번 폭탄테러의 정확한 배후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버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폭탄이 터진 것은 분명해 관광버스를 타깃으로 한 테러라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관광버스 앞쪽과 지붕 대부분이 날라간 것으로 미루어 이 같은 짐작이 가능하다.
사고버스에 동승하고 있던 한 한국인 탑승객은 "(폭탄이 터진 것은) 이집트에서 여행을 마치고 이스라엘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출국심사를 받는 과정이었다"면서 "여행가이드가 짐을 내리고 수속을 밟으려고 버스를 내리고 현지 경찰로 보이는 한 명이 올라 탄 순간 버스 앞쪽에서 폭탄이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로 보이는 사람이 사실은 폭탄을 짊어지고 들어와 폭발시킨 자살 폭탄테러 가능성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는 이어 "버스가 앞면이 전소되다시피 했고 앞에서부터 중간까지 있는 사람들이 파편을 맞았다"면서 "한국인 2명과 이집트인 기사 등 모두 3명이 숨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시나이반도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이 버스를 겨냥해 폭탄공격을 가했거나 도로에 폭탄을 매설해 터뜨린 것으로 추정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사고버스 내부에 폭탄이 설치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는 평소에도 외국인 납치와 테러 공격이 종종 발생하는 위험 지역이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까지 실각하는 등 이집트 정국이 격랑에 휘말리면서 치안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특히 지난해 7월 이슬람주의자인 무르시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에는 시나이반도가 중동 내 지하드(이슬람 성전) 세력의 새 근거지로 떠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슬람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군인과 경찰을 노린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이들의 거점을 노린 정부군의 공습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도 테러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무장세력은 이집트 관광에 타격을 입혀 간접적으로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광객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행하게도 이번에는 한국인이 그 테러의 대상이 되고 만 것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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