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3사 신규 영업 중단… 작년보다 매출 70% 급감매출채권 담보대출 막혀 자금 조달에 큰 압박… 고금리 금융권으로 내몰려"금융당국 막무가내식 TM 영업부터 금지시켜" 행정편의적 조치 원망도
엎친 데 덮친 격이다. 1억명이 넘는 사상 최대의 정보유출 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3,000억원대 대출 사기 여파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텔레마케팅(TM) 회사들 얘기다.
TM업체인 A사는 설립 후 10년 가까운 동안 지금처럼 큰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카드사 및 보험사와 하청계약을 맺고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해당 금융사의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A사의 주요 업무다. 초기 20여명에 불과했던 직원 수는 600여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매출은 200억원 안팎. TM업계에선 규모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수준으로 금융권을 위주로 입지를 꾸준히 넓혀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180도 달라졌다. 회사의 매출은 최근 작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카드 3사에서 사상 최대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TM 영업을 중단시킨 탓이다. 그나마 금융위원회가 당초 '3월말까지 TM 영업 정지'에서 '2월 내 영업 재개'로 완화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17일부터 3개월 동안 카드 3사의 신규 영업을 정지하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피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A사의 장기 자금 계획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A사는 기존 신용대출 이자를 줄이고 늘어나는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작년 말부터 담보대출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담보는 외상매출채권. A사는 지금까지 TM영업을 제공하고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50억원 안팎의 매출채권에 업무 계약상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채권까지 합해 1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연 9% 안팎의 신용대출 이자를 5% 수준의 담보대출 이자로 바꿔 자금 조달비용을 대폭 낮출 요량이었다.
은행과 대출협상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던 와중에 정보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은행의 태도가 돌변했다. 영업이 정지될 카드회사에 대한 미래 매출을 인정할 수 없어 대출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KT ENS 직원이 가담한 3,000억원대 매출채권담보대출 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물거품이 됐다. 금융당국이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매출채권담보대출 현황을 실태점검하기로 하면서 은행이 몸을 사리게 된 것이다. 대출을 논의해오던 은행은 지금으로서는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왔고 A사는 현재 다른 은행과 접촉하고 있는 상황. 은행에서 대출이 불허될 경우에는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 대출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금융당국에 대한 원망이 없을 리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일단 TM 영업을 금지하고 보자는 당국의 행정편의주의적 조치가 못내 아쉽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전후사정을 따져보지도 않고 정보유출의 책임을 TM 영업에 돌렸다"며 "정말 당국 말대로 정보유출로 인한 2차 피해가 없다면 문제가 있는 업체에 대해서만 영업정지를 시켰어야 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도급업체 상황까지 일일이 고려할 경우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느냐"며 TM영업 제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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