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남북 고위급 접촉 3개항 합의 다음날인 15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에 대해 접촉내용 보고와 향후 추진대책만 논의했다고 할 뿐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는 7년만의 고위급 접촉을 남북 대화의 문을 여는 초석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남북 관계 개선에 난제가 많아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관심은 남북이 고위급 추가 접촉시기를 언제로 잡느냐다. 15일 합의에서 남북의 관심사에 대해 '상호 편리한 날짜'에 갖기로 했지만 자칫 장애가 될만한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통 큰 양보'를 한 북측이 이달 20~25일 이뤄지는 이산상봉이 원만하게 진행돼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더 적극적인 대화 공세를 펼 것으로 전망된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직후부터 북측이 고위급 접촉 재개 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한미군사훈련 연습이다. 시뮬레이션 위주의 한미 지휘소연습인 키리졸브는 24일부터 내달 6일,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연습은 4월18일까지 이뤄진다. 북측이 그간 예민하게 반응해온 한미 군사훈련이라 이 시기에 고위급 접촉을 제안할지 일단 미지수다. 다만 우리측이 북측의 입장과 남북관계의 진전 움직임을 고려, 북측을 자극하지 않는 '조용한 훈련'을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북측이 훈련기간 중이라도 고위급 접촉을 제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통 큰 양보'를 했다고 강조하는 만큼, 추후 고위급 접촉에선 금강산 관광 재개와 5ㆍ24 조치 완화 등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본격적으로 꺼내며 남측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할 것이란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 같은 북측 요구사항을 점검하면서 농ㆍ축산 기술 공유 등 인도적 지원을 비롯해 나진ㆍ하산 프로젝트 우회 참여를 통한 나진항 공동 개발,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등 남북간 신뢰 관계를 단계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금강산 피격 사격이나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태도 변화 없이 도발과 대화의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논의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정부는 15일 이산가족 상봉이 열리는 금강산에 선발대 15명을 보내며 본격적인 행사 준비에 들었다. 선발대는 현지에 상황실을 설치하는 하는 한편, 북측 선발대를 만나 양측의 최종 상봉자 명단을 교환하고 세부 일정을 조율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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