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역 고가도로에서 지난해 12월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고 이남종씨의 비극이 재현될 뻔했다. 이날 '고 이남종 열사 추모제'에 맞춰 분신 상황을 재연하다가 화상을 입은 시민단체 활동가는 "분신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경찰의 무리한 진입 때문에 불이 옮겨 붙었다"고 주장하며 경찰 책임론을 제기했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김모(47)씨는 전날 오후 6시 10분쯤 이남종씨가 분신했던 서울역 고가도로 하부 교각에서 왼쪽 팔과 손에 불이 붙어 2도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박근혜 퇴진' '이명박 구속' '관건개입 부정선거'를 적은 플래카드 3장을 고가도로 아래로 펼치고 번개탄에 불을 붙인 채 농성을 벌였다.
사고 직후만 해도 출동한 경찰이 농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분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병원에서 만난 김씨는 "절대 분신이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열사 추모제를 알리기 위해 3일정도만 농성을 하며 버티겠다는 마음으로 치밀한 준비 없이 갔다"며 "소방관이나 심리상담가가 먼저 설득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상을 입은 과정에 대해 김씨는 "소화기를 쏘며 갑작스럽게 진입하는 경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면서 "경찰과의 몸싸움 도중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만 치우쳐 몸에 석유를 뿌리는 찰라 번개탄 불씨가 바람에 날려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이 화상을 입은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며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시민 안전보다 농성 진압을 우선시 한 경찰에 사과를 요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제소를 검토 중이지만 경찰은 적법하게 처리했다는 입장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번개탄이 타고 있어 안전을 위해 소화기로 불부터 껐다"며 "병원에서 수갑을 채울 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들도 같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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