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공부한 적이 있는 일본인은 모두 그를 훌륭한 인물로 평가하고 존경하고 있다."일본 외무성 조약국장 출신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교토산업대 교수가 말하는 안 의사에 대한 일본인의 평가다.
일본에서 출간된 안중근에 대한 서적이나 논문은 30편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안 의사는 단순한 테러리스트를 뛰어넘는 위대한 인물로 그리고 있다.
을 쓴 이치카와 마사아키(市川正明)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투쟁의 한 형태"라고 정의했다.
의 저자 나카노 야스오(中野泰雄)는 안중근의 인격을 에도 막부 말기 선각자 사카모토 료마(坂本竜馬)에 비유하고 있다. 사카모토가 일본의 장래를 위해 막부를 타도하는데 선두에 섰던 것처럼, 안중근 역시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한국 국민의 대표 자격으로 이토 히로부미에 총부리를 겨눴다는 것이다. 나카노는 이런 점에서 안중근은 자객이나 폭도가 아니라 조선 독립 의병운동을 주도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아사히 신문 기자 출신인 사이토 야스히코(斉藤康彦)는 안중근이 중국 뤼순감옥에 수감 당시 간수였던 지바 도시치(千葉十七)의 일생을 그린 이라는 책을 통해 안중근의 사람됨을 그려내고 있다. 일본 헌병 출신인 지바는 1909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26일 사형집행 전까지 5개월간 안중근의 수감생활을 함께 했던 인물이다. 지바는 안중근을 한 국가의 총리를 암살한 테러리스트로만 알고 있다가 조국의 평화를 바라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감화됐고, 형장으로 끌려가는 안중근의 뒷모습을 보며 경례를 올렸다는 일화 등이 소개돼있다.
뤼순감옥의 형무소장 구리하라 사다키치(栗原貞吉) 역시 안중근의 사상과 인간미에 감명받았다. 그는 안중근이 옥중에서 저술했던 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사형집행을 15일간 연기 요청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미안하게 여기고 안중근의 소원에 따라 흰색 한복을 지어 전해줬다. 이 옷은 안중근의 수의가 됐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 논객이자 아베 신조 총리의 외교 가정교사로 알려진 오카자키 히사히코(岡崎久彦)가 쓴 라는 책에도 안중근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수록돼있다. 그는 서울에 있는 안중근 기념관을 소개하며 "내가 안내한 일본인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안중근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각료를 포함한 많은 일본인이 옥살이 하던 안중근의 휘호를 구했답니다. 이 말이 진실이라면 당시 사람들은 안중근의 위대함을 충분히 알면서도 후세의 우리에게는 폭한으로 가르친 꼴이 됩니다"라고 쓰고 있다.
도고 교수는 "최근 한중일 갈등의 쟁점에 안중근이 부각되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동양 평화라는 대의를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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