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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몸짱 직접 만나 채식 편견 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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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 몸짱 직접 만나 채식 편견 깼어요"

입력
2014.02.1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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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만 먹다간 영양 불균형으로 힘을 못 쓴다." 채식 1년차 박시응(64ㆍ경기 과천시)씨가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삼겹살 먹기를 거부하면 이런 핀잔이 쏟아지곤 한다. 퇴직 후 고혈압과 비만 때문에 채식을 시작한 그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6개월 만에 몸무게 11㎏을 감량했다는 그는 "채식만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항상 궁금했다"고 말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박씨는 지난 15일 '사람책' 도혜강(40ㆍ여)씨를 대출했다. 사람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는 책처럼 누군가와 마주 앉아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사람이다. 비건(Veganㆍ우유도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3년간 보디빌딩 대회에서 11회 수상한 '몸짱' 도씨는 "채식 4년차인데 건강에 아무 문제 없다"며 자신의 식단도 소개했다. 박씨는 "채식 관련 책에서 본 이론보다 실제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2층 나비정원에서 열린 '휴먼 라이브러리 컨퍼런스' 행사에서는 도씨를 비롯해 동성애자 경찰 노숙인 등 사람책 23명이 대출됐다. 참가자 100여명이 1, 2교시로 나눠 사람책 1명당 40분씩 빌렸다. 사람책은 주로 편견을 깨는 임무를 맡는데, 행사를 주최한 국회도서관과 희망제작소는 3개월 전부터 추린 편견 800개를 깨 줄 주인공으로 이들 사람책을 선정했다.

사람책으로 참여한 도씨 역시 '몸짱이 되려면 닭가슴살이 진리'라는 편견을 깨려고 채식만으로 몸을 만들었다. 그는 채식에 대한 선입견도 뿌리쳐야 한다면서 "나도 김치를 먹는데, 그 안에 들어간 젓갈까지 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꼬박 3년간 노숙인으로 살았던 서명진(42)씨도 자신을 대출한 참가자들에게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깨자고 주문했다. 그는 "흔히 노숙인을 인생의 실패자로 여기지만 실은 실패를 겪었던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한 때 길거리를 전전했으나 지금은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노숙인 자립을 위한 잡지 '빅 이슈'를 팔고 있다. 그는 자신이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는 '봄날 밴드'가 다음달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서씨의 이야기를 경청한 고교생 신준섭(17)군은 "앞으로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노숙인도 재기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휴먼 라이브러리 운동은 덴마크 청년단체인 'Stop The Violence(폭력을 멈춰라)'가 2000년 처음 시작했다. 공동창립자인 로니 에버겔씨는 이날 강연에서 "한국에서 휴먼 라이브러리가 잘 성장해 사람들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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