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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위조' 의혹만 더 키운 검찰ㆍ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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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위조' 의혹만 더 키운 검찰ㆍ국정원

입력
2014.02.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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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검찰은 진상 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위조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34)씨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16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검찰이 입수한 유씨의 중국-북한 출입경 기록 문서는 중국 기관이 정상적으로 발급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통해 문서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10월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시 공안국의 관인과 공증처 관인까지 찍힌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검찰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선양(瀋陽)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국정원이 제출한 출입경 기록이 실제로 허룽시에서 발급한 문서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국정원이 어떤 경로를 통해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최초로 확보했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아 성급한 해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오후 늦게 "유관기관과 협조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위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대검 공안부와 서울중앙지검에 지시했다. 이번 사안을 검찰의 신뢰와 직결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검찰의 브리핑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니까 검찰이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라며 위조 문서를 제출했다"며 "검찰에 자료를 제공한 국정원은 입수 경위 등을 공식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14일 "중국 영사관이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등 문서 3개가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회신했다"고 공개했다.

위조의 진원지로 의심받고 있는 국정원은 문서 입수경로가 확실하며 내용도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국정원은 이날 "유씨의 북한 출입내용은 중국 선양 주재 영사관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사실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입수 경로 및 내용을 사실로 판단한 근거는 설명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 후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을 주장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등의 문책을 요구했다. 최재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이번 사건은 헌정질서를 위협ㆍ유린한 국가기관의 초대형 간첩 조작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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