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앞바다에서 유류 공급선과 화물선이 충돌해 200여톤의 기름이 유출됐다. 지난달 31일 여수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보름 만에 더 많은 양의 기름이 유출된 것이다. 거듭되는 사고에 선박 안전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왜 일어났나
16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2시 20분쯤 부산시 영도구 태종대 남서쪽 5.1㎞ 남외항 선박 묘박지(부두 접안 전후 대기하는 곳)에서 라이베리아 국적의 8만8,000톤급 화물선 캡틴 반젤리스 L호와 부산 선박인 460톤급 유류공급선 그린플러스호가 기름 공급 중 충돌했다. 당시 사고지점의 풍속은 초속 8∼10m, 파도는 2∼3m 정도였다.
이 사고로 캡틴 반젤리스 L호의 왼쪽 연료탱크 주변에 가로 20㎝ 세로 30㎝ 크기의 구멍이 생겨 기름이 유출됐다. 부상자는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사고 발생 1시간 40분 뒤에 현장에 도착, 사고 선박 주변에 300m, 200m짜리 기름 차단막을 설치하고, 선체 파손부위를 막기 위해 특공대를 긴급 투입했다. 특히 남해해경청 특수구조단 소속 신승용(42), 이순형(36) 경사의 활약이 빛났다. 이들은 로프 하나에 의지해 화물선 외부에 매달린 채 원뿔 모양의 나무 쐐기와 부직포 형태의 기름 흡착제로 선박 파손부위를 막기 위해 필사의 작업을 벌였다. 결국 사고 발생 4시간만인 이날 오후 6시 20분쯤 작업을 완료, 추가 기름 유출을 막았다.
어민 피해 가능성은
해경 관계자는 "두 선박의 사고 전 기름 적재량과 급유량, 사고 후 잔량 등을 조사한 결과 바다에 유출된 기름이 237㎘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오후 5시 40분쯤 해경은 사고지점 서쪽에서 길이 5㎞, 폭 40m의 검은 유막을 발견했으며 16일 오후 5시에는 사고지점 동남쪽 4.5㎞ 지점에 길이 4㎞의 거대한 유막이 형성돼 있다. 해경은 사고 지점 인근에 선박 통항을 금지한 가운데 민간 방제업체, 해군 함정, 소방 등 총 74척의 선박을 4개 편대로 나눠 흡착포를 바다에 던지는 등 방제작업을 펼쳤다.
해경은 기름띠가 연안이 아닌 바다쪽으로 밀려나가 어민 피해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기름띠는 바람의 영향으로 남쪽, 조류의 영향으로 북동쪽으로 지그재그 형태 그림을 그리며 이동을 되풀이하다 결국 남서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우리 연안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 측은 "유출량과 범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출된 기름의 위험성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벙커C유는 바다에 유출되면 표층 1m 정도에 분포하는 특성이 있어 방제작업으로 어느 정도 기름이 회수될지 미지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재발 방지책 없나
현행법에 따르면 풍랑주의보 발령시 250톤급 이하 선박은 운항이 금지되나 그보다 큰 선박에 대해선 강제 규정이 없다. 사고 당일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려지진 않았으나, 평소보다 파도가 높았다.
이번처럼 바다 날씨에 의해 기름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선박 충돌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유류공급선 운항·급유 중단 강제규정은 따로 없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유류공급선 업체들은 해양항만청에 작업계획서를 내긴 하지만 출항을 막거나 급유작업을 중단시킬 규정이 없다. 더욱이 이번 사고 지점인 묘박지에는 대기 중인 선박이 많아 사고 위험이 도사린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 20년 간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상 기름유출 사고 중, 100㎘ 이상 유출된 사고는 모두 7건이었고 대부분 선박이 침몰하거나 좌초되면서 발생했다"며 "해상에서 급유 중 선박끼리 부딪치면서 기름이 유출된 것이어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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