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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2월 17일] '택선고집', 아집(我執)이 안 되려면

입력
2014.02.1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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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택선고집(擇善固執)'이란 말이 나온다. "진실한 것(誠)은 하늘의 도(道)이고, 진실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 진실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최선(善)의 일을 선택(選擇)해 굳게 지켜나가야(固執) 한다. 그것이 바로 택선고집이다."

현오석 부총리가 며칠 전'택선고집'을 언급했다.'경제혁신 3개년 계획 기획재정부ㆍKDI 공동작업반 회의'에 참석해 내주 발표할 3개년 계획의 진행상황을 점검하면서"택선고집의 자세로 여러 의견을 두루 들어 계획을 만들고, 만든 다음에는 집요하게 실행해 우리 경제의 퀀텀 점프를 이끌자"고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1주년(25일)을 맞아 발표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남은 재임기간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경제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 부총리는 이 계획을 '박 대통령의 얼굴'이라며 역사적 의미까지 부여해 택선고집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택선'의 과정이 정부 각 부처의 정책들을 단기간에 모아 묶어내는 방식에 그친다면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고집'의 과정은 적지 않은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출범 1주년 일정에 쫓겨 한 달여 만에 급조해'택선'하는 모양새에 우려감이 앞서는 이유이다.

경제혁신 계획은 과거 경제개발 계획과는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우리 경제의 퀀텀 점프를 이끌 만한 혁신적인 경제체질 변화를 위해선 더 그렇다. 정부가 목표를 설정해 중점 산업을 주도하는 기존의 경제운용 방식은 혁신이 아니다. 규제 완화와 내수 활성화 등 민간주도 방식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려면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

공공개혁과 규제완화를 위한 방법과 절차는 이미 과거 정부 시절에도 숱하게 논의된 사항이다. 문제는 실천이고, 이해 당사자간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고민과 소통, 논의, 토론을 통한 사회적 합의도출 과정이 더 큰 과제이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1년 반 넘게 분야ㆍ계층별 토론 과정을 거쳤다. 3개년 계획에는 이해당사자들의 애로를 듣고 정부 정책을 설득하는 소통과 타협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과 혁신적인 여론통합 접근법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최소 6개월 이상의 국민 토론을 거쳐 합의도출 과정이 필요하다.

공공개혁만 해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사실상 올해를 넘기면 공공개혁은 물 건너간다. 개혁의 성공여부는 국민들의 신뢰 확보에 달려있다. 민영화라는 단어조차 금기시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개혁은 난제이다. 개혁은 이해집단의 저항이 필연적이며 사회혼란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갈등과 분열을 최소화하지 못한다면 개혁은 실패한다.

정부가 '택선'해 개혁에 대한 정답을 제시해도 이해집단들이 그 당위성을 인정치 않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철도파업 사태, 의료 민영화 논란에서 보듯 사회분열과 혼란의 책임은 결국 정부의 몫이다. 소통부재가 분열의 원인이고,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택선'을 고집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소견만 믿고 버티는 아집(我執)으로 변할 우려가 있다. 소통하고 설득할 수 없다면 최선이 아니다. 과연 정부는 인고의 설득작업을 통해'택선'을 실천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3년은 너무 짧다. 따라서 3개년 계획의'택선'과정에는 단기적이고 중ㆍ장기적인 혁신 로드맵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부가 해당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청사진과 혁신적인 시스템 마련 없이 일방적으로 몰아 붙인다면 그건 아집이다. 대화하고 토론해 지키면 고집(固執)이고, 귀를 막고 버티면 아집이다. 작은 것도 심각하게 보고 지키면 고집이고, 작은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아집이다.'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택선고집'이란 무턱대고 고집부리는 아집(我執)이 아니다. 시중(時中)에 맞춰 최선의 일을 선택해서 이를 위해 진정성 있게 실천하려 애쓰는 지행합일의 과정이다. 그게 하늘의 도인 성(誠)에 이르는 길이고,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진실되게 움직이는 감동의 심학(心學)이다.

장학만 여론독자부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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