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전남 여수시 낙포동 GS칼텍스 원유2부두에서 발생한 유조선 우이산호 충돌 기름유출 사고를 수사 중인 해경이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서야 해당 정유사를 압수수색해 '뒷북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언론과의 접촉을 회피하며 사건을 감추기에 급급해 해경이 지나치게 GS칼텍스 등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16일 여수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2시 여수시 월래동 GS칼텍스 여수공장에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본관과 원유저유팀 등의 사무실에서 업무용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부두 근무일지 등 관련 자료 10박스 분량을 확보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부터 GS칼텍스의 기름 유출량 축소·은폐 의혹과 해무사의 부재 등이 논란이 됐으나 해경은 15일 후에야 압수수색에 나서 뒷북을 친 셈이다.
여수해경은 "GS칼텍스 관계자 진술의 신빙성이 낮고 제출한 자료가 부실해 강제수사 필요성을 느껴 뒤늦게 압수수색을 결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이 있는데도 해경이 뒤늦게 강제수사로 전환해 GS칼텍스 측이 서류를 빼돌리거나 조작·훼손 등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확보했는지도 의문이다.
해경은 지난 3일 도선사의 과속이 사고 원인이며 기름 유출량이 16만4,000 리터라고 추정한 중간 수사발표 이후 진전된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무사 부재로 인한 선박 접안 및 부두 안전관리 부실, 원유 하역작업 후 송유관을 비우는 일련의 작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여부 등 GS칼텍스 책임소재에 대한 조사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해경이 수사와 관련해 언론 접촉을 차단하고 심지어 주민과 언론이 접촉하려는 것을 막으려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해경 대변인실이 원유 유출 사고 다음날인 지난 1일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언론대응계획 문건에는 '피해 지역 주민의 오염에 따른 피해호소 및 생계위협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재진과 마을 주민의 접촉 최소화를 유도하고 해경 방제활동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적혀있다.
해경이 사건 실체 규명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하는데 급급하고 GS칼텍스 등 사건 이해당사자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여수해경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보상과 직결되는 예민한 문제가 많아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을 뿐 대기업 눈치보기는 있을 수 없다"며 "도선사, 선장, 선원 등 선박 관계자와 선주, GS칼텍스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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