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항소심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중국 당국의 공문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거센 파문이 일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이 위조문서의 출처를 밝혀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마당이어서 외교문제로 비화할 우려까지 크다.
위조된 문서의 제출이나 증거 조작이 사실이라면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다. 국가기관이 본분을 망각하고 불법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기도한 만행이기 때문이다. 철저한 조사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를 적당히 덮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통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사건 경위는 눈과 귀를 의심스럽게 한다. 국정원이 지난해 1월 서울시 탈북자지원업무 담당 공무원으로 특채된 탈북자 출신 유우성(34) 씨를 간첩혐의로 구속 수사할 당시만 해도 서울시에까지 간첩이 침투했다는 사회적 우려가 컸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행위에 대한 여동생의 진술이 국정원의 가혹행위에 따른 거짓진술임이 밝혀지고, 2012년 1월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도 중국 옌볜에서 찍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검찰 제출 물증이 빈약해지자 무죄판결을 내렸다.
검찰이 당시라도 1차적 인권 수호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다했다면 외교적 논란까지 야기한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국정원이 유씨가 북한에 있었다는 2012년 1월23일 중국에서 통화한 내역이 나오는 등 분명한 반대 증거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항소했으니, 진실 규명보다는 실적 올리기에 매달리지 않았나 의심스럽다.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추가 물증은 중국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조회결과'와 선양주재 한국영사관에 보낸 공문, 싼허변방검사참(검문소)의 '유가강(유우성) 출입경 기록 정황설명서에 대한 회신' 등인데, 중국 당국은 모두 위조됐다고 했다. 검찰과 국정원이 위조 자료를 입수해 검증 없이 제출했어도 문제이고, 자료 자체를 조작했다면 더욱 큰 문제다. 국가보안법 12조 1항은 간첩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ㆍ인멸ㆍ은닉한 경우 간첩죄와 같은 형량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철저히 조사해 잘못이 드러나면 법대로 엄벌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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