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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의 현이 빚는 포크송 색다른 맛 느껴보실래요

입력
2014.02.1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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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가야그머' 또는 '가야금을 연주하는 포크 싱어송라이터'인 정민아(35)는 국악기로 포크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보기 드문 음악가다. 국악을 바탕으로 양악의 요소를 첨가한 퓨전이 아니라 국악기로 양악을 연주한다는 점에서 여타 크로스오버 연주자들과 다르다. 2005년 데뷔해 미니 앨범 1장, 정규 앨범 3장을 내놓은 그가 최근 정규 4집 '사람의 순간'을 발표했다.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새 앨범에 대해 "1년간 유랑 아닌 유랑을 한 끝에 완성한 것으로 지금까지 만든 앨범 중 내 의도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3년 만에 내놓은 새 앨범은 그가 안양, 전주, 원주, 부산 등을 떠돌며 만든 곡들로 채워졌다. "일상을 담은 3집과 달리 이번 앨범에선 삶의 전반을 다루려 했는데 막상 곡이 잘 써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주일간 서울에 있는 도서관을 투어하며 아무 책이나 읽다가 쓴 곡이 '가난한 아가씨'예요. 꽤 괜찮은 방법이다 싶어 서울을 벗어나 발길 닿는 대로 다니며 곡을 뽑아냈죠."

"울 어머니 지금 내 나이 때 나를 낳았지 / 그리고 9년 뒤 아홉 살 나를 데리고 / 수리산 한증막에 갔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서른세 살 엄마에게'는 안양의 한 찜질방에서 어머니의 고생스런 청춘을 생각하며 쓴 곡이다. 전주에선 세상의 하대를 견디며 살아가는 성노동자들에 대한 경외심으로 '부정한 여인'을 썼다. 부산에서 세 달 가량 머물면서는 '남자친구가 갑자기 죽는다면'이란 두려운 마음이 들어 '해여, 지지 말아요'를 쓰게 됐다. 그는 1년간 쓴 곡들을 모아 보니 "있는 그대로의 사람, 날것의 사람, 너와도 나와도 같은 사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인디 포크를 기반으로 재즈와 일렉트로닉, 팝을 끌어안았던 정민아는 새 앨범에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확고히 다진 듯한 인상을 준다. 다소 투박했던 창법은 재즈 가수 말로의 지도로 훨씬 유려해졌고 음악의 만듦새도 한층 말끔해졌다. 재즈 베이스 연주자 서영도가 프로듀서 겸 편곡자로 참여한 '사람의 순간'은 정민아가 자신의 앨범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여기는 작품이다.

4집은 정민아가 창작자이자 제작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총지휘했다. "내 배 아파서 나은 내 새끼 같은 앨범입니다. 곡도 제가 거의 다 썼고, 프로듀서와 보컬 디렉터도 제가 직접 섭외했어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3집도 제가 도맡아서 했지만 미숙했죠. 이번 앨범은 처음부터 1집 만드는 심정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하며 완성한 겁니다."

25현 개량 가야금으로 포크를 연주하는 가수는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다. 정민아는 데뷔 초 '낮에는 홈쇼핑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홍대 앞 클럽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인디 음악가'로 화제를 모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려 했으나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지다 우연한 기회로 홍대 인디 음악계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1집 '상사몽'이 1만장 팔리는 성공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데뷔는 화려했지만 앨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을 빼고 광화문역 출구에서 주먹밥 장사를 했을 만큼 어려웠던 적도 있다. 그는 "누군가는 국악의 대중화에 기여한다고 하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위해, 내 명성을 위해 음악을 할 뿐"이라고 했다.

정민아는 스스로를 '크로스오버 가야금 연주자'가 아닌 '포크 가수'라고 부른다. "가야금이라는 악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는 것 같아요. 기타로 포크를 연주하듯 전 가야금으로 포크를 연주하는 가수입니다. 10년 넘게 국악을 한 사람으로서 국악이 사라지는 건 싫지만, 국악을 알린다는 사명감 같은 건 없어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야금이라는 악기로 현재의 삶을 말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

정민아는 새 앨범 발매와 함께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3월 8일엔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소극장에서, 15일엔 강원도 춘천 공간나눔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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