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등장한 이후 만화를 접하는 의미의 동사는 '본다'로 귀결됐다. 더 이상 만화는 읽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볼뿐이다. 심지어 듣기(웹툰의 배경음악)까지 한다. 그래서 이제 종이를 넘기며 만화를 읽는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만화가들은 웹툰이 '만화의 블랙홀'이 됐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여기엔 '좋다' 혹은 '나쁘다'의 가치 판단과 관련한 감정이 없다. 어차피 웹툰의 활성화는 만화를 접하는 독자의 환경 변화를 의미할 뿐 작가 입장에서 플랫폼의 변화 외에 달라질 건 많지 않아서다.
최근 창간된 잡지 '이미지 앤 노블'(사진)은 만화를 '보는데' 익숙해진 독자에게 '만화는 읽어서 즐기는 장르'라는 메시지를 뚜렷이 전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만화와 소설을 함께 엮은 이른바 '문예 만화'를 지향한 잡지이기 때문이다. 잡지에 등장하는 연재작들은 만화가들의 그림과 일러스트레이션, 소설가들의 글과 에세이 등이 여러 형태로 '융합'된 모습이다.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편혜영 작가의 대표작 를 만화가이자 영화감독인 변병준 작가가 만화로 이미지화하는가 하면, 프랑스 작가 조세핀 사피에딘이 겪은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재불 만화가 박경은이 르포르타주와 만화의 만남으로 엮어내는 식이다. 창간호에선 작가 최진영의 단편 '검은 구멍', 최민석 작가의 단편 '독립운동가 변강쇠' 등 신작 소설들도 만날 수 있다. '이미지 앤 노블'은 3개월 마다 출간될 예정이다. 304쪽ㆍ1만8,000원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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