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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호 비방 중단에 목매는 까닭은

입력
2014.02.1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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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4일 고위급 접촉에서 상호 비방ㆍ중상 중단에 합의했으나, 실제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남북의 체제가 '자유ㆍ민주'와 '세습ㆍ독재'로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비방ㆍ중상의 범위와 수단 등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접촉에서 양측은 '최고존엄'을 둘러싼 언론 보도에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북측은 남측 언론의 무엄한 보도 행태에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언론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측에 끊임없이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우리측 답변에 북측이 어느 정도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향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이어진다면 합의 파기를 주장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팩트'를 근거로 하는 언론과 달리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궁극적으로 붕괴까지 염두에 두는 군 당국이나 민간 차원의 대북 심리전 활동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단돼야 할 '비방ㆍ중상'에 당연히 이들 활동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가 내놓은 중대제안에서 "'6ㆍ4 합의'를 근거로 비방ㆍ중상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2004년 체결된 6ㆍ4 합의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수단 철거 및 선전 활동 중지를 골자로 하는 만큼, 북한 논리대로라면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활동 중단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2010년 천안함 사태에 따른 5ㆍ24 제재 조치로 대북 FM방송을 재개한 상태다. 대북 단체를 중심으로 민간차원의 전단 살포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북한이 비방ㆍ중상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대북 심리전의 엄청난 파괴력 때문이다.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이후 체제 안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남측 심리전은 주민 동요를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민간단체가 살포하는 대북 전단에는 김정은 부인 리설주의 성추문 의혹 등 김씨 일가 치부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내용이 다수 들어 있어 심리적 타격 효과가 막대하다는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달 중대제안이 나온 뒤부터 북측의 대남 심리전 활동은 거의 사라졌다"며 "향후 정부가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이를 대남 공세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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