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또 내려간다. 독한 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점점 더 확산되면서 이젠 '18도 소주'시대의 막이 오르게 됐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는 17일부터 소주'처음처럼'의 알코올 도수를 현 19도에서 1도 낮춰 생산하기로 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갈수록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원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19.5도에서 19도로 내린 게 약 1년 반 전인데 또 한번 도수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2006년 출시된 처음처럼은 원래 알코올 도수가 20도였지만, 2007년 19.5도로, 2012년 6월에는 19도로 한번 더 낮아졌다.
물론 21도짜리 '진한 처음처럼'이나 16.8도 짜리 '순한 처음처럼'도 만들고 있지만, 주력제품의 도수가 18도대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2위 소주업체인 롯데주류에 이어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도 주력제품인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를 조만간 18도로 낮출 계획이다. 진로(현 하이트진로)가 1998년 출시한 참이슬은 당시 알코올도수가 23도였지만, 계속 낮아져 2012년 1월 이후 19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부드러운 소주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들의 입맛에 맞춰 18도대 참이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도수와 출시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곧 시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독한 술 기피현상이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어, 소주도수는 계속 낮아질 공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도가 처음 깨질 때만해도 19도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18도 소주가 나오게 된 만큼 언젠간 17도 소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도수를 낮춘다거나, 도수 하향 조정으로 소주 고유의 맛까지 사라질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 실제로 하이트진로는 2010년 15.5도짜리 '즐겨찾기'를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생산이 중단된 예가 있다. 이 관계자는 "소주는 '국민주'이다 보니 맛에 조금만 변화가 와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도수를 바꾸는 건 그만큼 예민하고 신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