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동안 북한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해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할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AP통신이 보고서 주요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COI는 또 북한 국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보호책임'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 인권을 둘러싼 국제적 압박이 강화될 전망이다.
호주 대법관 출신인 마이클 커비 위원장 등 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COI는 지난해 3월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로 구성돼 고문, 자의적 구금, 외국인 납치, 정치ㆍ종교적 박해 등 9개 항목에 걸쳐 북한 인권 실태를 조사해왔다. 한국 일본 영국 미국에서 청문회를 열어 피해자 80여명의 증언을 청취했고 전문가 인터뷰, 위성 촬영사진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해왔다. COI는 특히 수십만명이 아사한 1990년대 북한 대기근에 대해 "참사를 예견하고도 체제 유지를 위해 내린 결정에서 비롯된 반인도 범죄"로 규정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COI는 그러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등 책임자를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수집된 증언과 정보로 볼 때 국제적 사법기관이 수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인도 범죄에 수사 및 기소권, 재판권을 행사하는 ICC로 하여금 범죄에 연루된 북한 당국자를 기소하게 할 것을 유엔에 권고한 것이다. 유엔에서 ICC에 사건을 회부할 권한을 가진 기구는 안전보장이사회다. COI가 혐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것은 북한의 거부로 현지 방문이 좌절되는 등 조사상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COI는 대신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 인권범죄의 책임 소재를 가릴 기구 설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북한 인권문제가 실제 ICC에 회부될지는 불투명하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CC가 원칙적으로 ICC가 설립된 2002년 7월 이후 발생한 범죄만 다룬다는 점도 한계다. 그러나 최고 권위의 인권기구인 유엔 인권이사회가 산하 위원회를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만큼 상당한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핵ㆍ미사일 실험에 치중됐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인권 문제로 확대된다면 북한 정권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엔 안보리가 2011년 리비아 국민 보호를 근거로 카다피 독재정권에 대한 군사제재에 나서는 등 '보호책임' 규범을 실효화하고 있다는 점도 북한에 부담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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