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이 21일로 다가온 가운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한 민주당이 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 반대로 정당공천 폐지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민주당도 공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과 "민주당만이라도 무공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만 부딪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론도 높아지고 있다.
당내 기류는 민주당만 무공천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현실적 문제를 들어 공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당내 지방선거기획단 소속 한 의원은 16일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1-가' '2-가'후보들이 동반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공천 선언으로 2번을 아예 포기할 경우 '지방선거 패배'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만 무공천을 선언할 경우 현행법상 현재 당원인 출마 희망자들이 모두 탈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선제적 무공천 선언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번지고 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14일 페이스북에 "민주당만이라도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지금은 눈 앞의 선거 결과가 아니라 멀리 보고 국민을 보고 가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11일 당 대책회의에 참석해 명분론을 강조한 바 있다.
최재성 오영식 의원 등이 주도하는 '혁신모임'은 정당공천은 유지하되 공천권을 유권자에게 개방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 등 시민직접선출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당과 지도부가 독점해 온 공천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주장이지만 김한길 대표가 강조하는 '당원주권론'과는 배치된다.
정당공천을 둘러싼 내홍만 계속되자 새누리당이 "야당 내부 정리부터 하라"고 공격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기초공천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부 파열음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국민에 대한 정당책임제를 어떻게 실현할지 당내 목소리부터 정리하라"고 촉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지도부를 향한 불만만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공약 파기는 새누리당이 했는데, 왜 민주당이 고민을 하고 공격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다음주까지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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