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올림픽 정신’을 가슴에 새긴 선수들의 집념과 투혼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에는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대니얼 그리그(23ㆍ호주)가 출발 직후 넘어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이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엔 페루의 스키 선수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지난 14일 열린 크로스컨트리 남자 15㎞ 개인출발 경기. 스위스의 다리오 콜로냐(28)는 38분29초7만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데 이어 30초 정도 지나 2위가 들어왔고 다른 선수들도 초 단위 간격으로 속속 도착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들어오고 경기가 종료된 것으로 판단될 즈음 무려 경기 시작 1시간을 넘어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향해 힘겹게 다가오는 선수가 있었다.
페루의 로베르토 카르셀렌(44)은 펜스 너머 관중이 건네주는 페루 국기를 받아 들고 마지막 지점을 통과했다. 기록은 1시간6분28초9로 완주한 87명의 선수 중 당연히 꼴찌였다. 1위 콜로냐의 기록과는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러나 그의 완주는 금메달감이었다. 지난 2005년 35세의 나이에 처음 스키를 시작한 카르셀렌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종목에 출전했다. 당시 94위에 그친 그는 소치올림픽을 겨냥해 다시 4년간 맹훈련했지만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갈비뼈 부상을 당했다.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부상까지 겹쳤지만 카르셀렌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이 되겠지만 이야말로 올림픽 정신 아닌가”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겼다.
그리고 비록 메달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실천한 것이다. 챔피언 콜로냐는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가 꼴찌로 통과해 가쁜 숨을 내 쉬던 카르셀렌의 등을 두드려주고 악수를 건넸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승리한 선수가 다른 선수들을 격려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수십 분을 기다려 축하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챔피언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가진 선수를 알아봤다”고 전했다. 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성환희기자 hhsung@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