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보고 있나?”
한국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0ㆍ한국체대)이 썰매 종목 사상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4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희망가를 썼다.
윤성빈은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산키 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49초57의 기록으로 16위에 올랐다. 지난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대회에서 강광배 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기록한 20위, 23위보다 높았다. 조인호 현 대표팀 감독의 2010 밴쿠버 대회 성적인 22위도 뛰어넘었다.
한국 썰매 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웠음에도 윤성빈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무사히 첫 대회를 마쳤다는 안도감보다 기록 부분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더 컸다. 실제로 2차 레이스에서 전체 공동 9위에 해당하는 57초02를 찍은 윤성빈은 3차 레이스에서는 57초90으로 기록이 올라갔다.
경기 후 윤성빈은 “역대 최고라고 말씀하시니 좋긴 하지만 금메달을 따지 않는 한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엇보다 윤성빈이 놀라운 것은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선수라는 점이다. 2년 전까지 체대 입시를 준비하던 평범한 고교생이었던 윤성빈은 17개월 만에 한국 썰매 최고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우연히 체대 입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던 윤성빈은 뛰어난 실력으로 대회 관계자들의 눈에 띄었다. 특히 그의 재능을 알아본 강 부회장은 그를 개인 지도했고 3개월 간의 훈련을 거쳐 2012년 9월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다.
윤성빈의 최고 장점은 빠른 순발력이다. 이번 대회에서 윤성빈은 4초65~4초72의 스타트 기록을 작성했는데 그보다 빠른 성적을 낸 선수는 4명 밖에 없을 정도다. 비록 경험 부족으로 초반 기세를 이어갈 레이스 운영 능력이 떨어졌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보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특히 내년 겨울 평창의 전용 훈련을 할 수 있는 슬라이딩 센터가 생긴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성빈은 이번 대회에서 신발 뒤축에 “보고 있나?”라는 문구를 적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윤성빈은 “그냥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써 놓은 것이다”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4년 뒤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윤성빈은 “최고수준의 선수들과의 차이점은 경험”이라며 “4년이면 충분히 그 차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내게 빠른 성장을 했다고 말해주셨지만 남은 4년 동안 더 빠르게 성장해 평창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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