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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합의] "이산상봉이 신뢰 첫걸음" 우리측 주장에 북한 "통큰 용단" 화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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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 합의] "이산상봉이 신뢰 첫걸음" 우리측 주장에 북한 "통큰 용단" 화답

입력
2014.02.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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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남북이 합의한 고위급 접촉 결과만 놓고 보면 우리 정부의 완승이다. 이날 양측이 합의한 3개항 가운데 정부는 '20~25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북측의 확답을 받아냈다. 반면 북측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는다"는 선언적 의미의 성과만 거뒀을 뿐이다. 12일 열린 첫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다양한 요구를 쏟아낸 북한의 태도를 떠올릴 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다.

비방ㆍ중상 중단은 원래 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달 16일 내놓은 '중대 제안'의 일부이다. 북측은 첫날 접촉에서 중대 제안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고, 비방ㆍ중상 중단과 함께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구체적 요구도 제시했지만, 이런 내용은 공동 보도문에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게다가 첫날 자정까지 남측 대표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한 명시적 언급도 담기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입장 변화는 협의 내내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중심으로 신뢰를 강조한 설득 덕분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북측이 생각을 바꾼 결정적 한방이었다고 한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박 대통령은 (남들과 사고의) 패러다임이 다르다'고 북측에 전했다"고 소개했다. "'이산가족과 같은 개인의 마음을 다스리지 않고 어떻게 큰 일을 하겠느냐'는 대통령의 마음을 믿어달라"고 하자 북측도 "박 대통령이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니 이번엔 '통 큰 용단'을 내리겠다"며 양보를 했다는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이날도 이산상봉-한미 훈련 연계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이산상봉이 신뢰의 첫걸음이라는 우리 측 논리를 결국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북측이 최고존엄과 체제를 비난한 남측 언론의 보도 행태를 문제 삼은 것도 상세한 설명을 통해 해결됐다고 평가했다. 김 차장은 "출마 당시 언론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비방을 받은 토머스 제퍼슨 3대 미국 대통령도 당선 후 '언론없는 자유'와 '정보없는 언론' 중 후자를 택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정부는 언론 통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면합의는 없었다"는 정부의 말이 맞다면 북측은 이날 접촉에서 "일단 남측을 믿어보고 상봉 행사는 예정대로 개최하겠다"고 흔쾌히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북측이 수 십 년 동안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왔고, 접촉 첫날에도 이산상봉-한미 훈련 연계를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는 점에서 내부의 긴박한 사정이나 다른 전략적 고려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고위급 접촉이 중단됐던 13일 북측 대표단과 평양 지도부 사이에 속개될 협의에 대한 입장 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전날 접촉에서 남측이 이번 상봉행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확인한 만큼 더 이상의 소모전은 불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 큰 양보'를 한 북측의 핵심적인 관심사와 속사정이 뭔지는 남북간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조성돼야 선명해질 전망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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