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남북 고위급 합의] 긴박했던 3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남북 고위급 합의] 긴박했던 3일

입력
2014.02.14 18:36
0 0

"6ㆍ15남북공동선언 때는 남쪽 언론의 태도가 지금과 달랐소. 당장 최고존엄에 대한 비방ㆍ중상을 중단하도록 통제하시오."

"그 때나 지금이나 언론 스스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도하는 거요. 언론에 그런 자유를 보장하는 게 우리 사회의 기초라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진행된 지난 사흘은 이런 류의 지루한 기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양측의 인식 차가 컸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향후 어느 수준까지 나아갈지 예단할 수 없지만 당장 초보적인 수준의 합의만 도출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고위급 협상은 과거와 여러모로 달랐다. 내용은커녕 협의가 끝날 때까지 의례적으로 보도되던 수석대표의 모두발언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비록 차관급이기는 하나 각각 양측 수뇌부의 복심인 청와대와 국방위원회가 주관하는, 격이 다른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깜깜이 정보 탓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던 이틀 간의 협의 과정도 뒤늦게 알려졌다. 14일 재개된 고위급 접촉은 3시간여 만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남북이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수석대표 접촉과 종결회의를 거쳐 협상 종료를 선언한 시간은 오후 1시15분이었다. 피차 서로의 생각은 읽었고, 이산상봉 성사에 대한 북측의 결단만 남았기 때문이다.

반면 접촉 첫날인 12일은 협의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남북이 당초 특정 의제 없이 포괄적인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터여서 이날은 상호 관심사를 교환하고 추후 일정을 다시 잡는 선에서 협의가 끝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 오전엔 남북은 관계 개선 방법론을 놓고 각각 한반도신뢰프로세스와 중대제안을 상대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때만해도 정부 내에서는 상호 입장을 교환한 만큼 "이산상봉 행사의 원활한 진행과 남북대화 지속"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낮은 수준의 공동 보도문이 채택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황이 반전된 건 오후 들어서다. 북측은 2차 전체회의가 속개되자 돌연 24일 시작되는 키리졸브 훈련을 이산상봉 뒤로 미루라고 몽니를 부렸다. 키리졸브와 일정이 겹치는 2차 상봉(23~25일)의 성사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후 9시45분 수석대표 2차 접촉이 끝날 때까지 양측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마라톤 협의는 아무런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더구나 남북 대표단은 공동 보도문 작성은커녕 작별인사도 나누지 않고 헤어져 7년 만에 이뤄진 고위급 협의가 일회성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협상 결렬 기류는 반나절을 넘기지 않았다. 북측은 이튿날 정오쯤 "고위급 접촉을 오후3시에 속개하자"고 제안했고, 정부의 '14일 속개' 수정제의를 받아들였다. 첫날 접촉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어 언론의 부정적 전망이 앞섰지만 사실 전반적인 고위급 접촉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측 대표단에 군인들이 끼어 있었음에도 시종 부드럽게 대화가 이어졌다"며 "이번 고위급 접촉에 거는 북측의 기대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이삭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