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해안을 산책하며 함께 즐길 사람이 없어요.”
동계 올림픽 2연패 겸 올림픽 신기록을 ‘쌍끌이’로 달성한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말이다. 그는 또 밸런타인데이인데 남자친구와 만날 계획에 대해서도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 초콜릿도 아직 먹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상화가 14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소치 아들레르에 있는 코리아 하우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시합전에)느닷없는 결혼설이 터져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이상화의 ‘5월 결혼설’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1,000m 경기를 하기 전에 그 기사를 봤다. 경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추측성 기사가 나와 당황스러웠다”며 “향후 계획은 생각해 본적이 없다. 올림픽에만 집중해, 그런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경기가 끝났으니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화는 또 “한국에 들어가면 일단 그냥 집에서 엄마, 아빠 얼굴 보고 TV 보면서 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상화는 지난 12일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다음날 공식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으나 남은 1,000m 레이스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미뤘다.
이상화는 올림픽 2연패와 신기록을 ‘완성’한 일등공신은 체중 감량에 있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일단 몸이 가벼워야 훨씬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았다”며 “실제 모든 선수들이 체중감량에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에 알려진 체중은 4년전 밴쿠버 올림픽때의 것이다. 지금은 그보다 훨씬 더 줄었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진짜 체중은 비밀이다”고 말했다.
‘꿀벅지’라고 불리는 자신의 허벅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콤플렉스로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 금벅지, 심지어 철벅지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빙속 여제’(女帝)라는 별명에 대해선 “저에게 잘 어울리는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은 점수제가 아니라, 기록으로 순위를 다투는 종목이기 때문에 김연아 선수의 여왕보다는 여제가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힘들었던 때를 묻는 질문엔 밴쿠버올림픽 이후 2010~11시즌을 꼽았다. 이상화는 “정상에 오르니 2,3등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동계아시안게임 때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상화는 “쇼트트랙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넘어져서 얼굴을 다쳤다. 그때 이후 너무 무서워서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래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피드스케이팅은 혼자 내 갈길만 가기 때문에 좋았다”고 말했다. 중국 CCTV기자의 ‘한국 빙상의 실력이 뛰어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우리나라 쇼트트랙은 세계 강국이다. 그것을 토대로 전통이 생겨 지금까지 한 것 같다. 같은 빙상에서 어느 한 종목이 잘해주면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재치 있게 설명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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