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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야자수 넣은 통가 스타일에 밀린 美 랄프 로렌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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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야자수 넣은 통가 스타일에 밀린 美 랄프 로렌 스타일

입력
2014.0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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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로(POLO)' 브랜드를 만든 랄프 로렌은 1970년대 매니시룩을 창안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다. 검정색 중절모와 조끼, 실크 넥타이 등으로 상징되는 매니시룩은 남성복 스타일의 여성 패션으로 여성의 권위신장, 남녀평등 등 시대적 조류를 상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랄프 로렌의 디자인은 올림픽에 참가한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에도 녹아있다. 지난 7일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렸을 때 미국 선수들은 흰색과 빨강, 파랑이 조화를 이룬 유니폼을 입고 입장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이 중국에서 만들어졌다고 거센 비난을 받았던 랄프 로렌은 이번 소치 유니폼은 미 오리건주 목장의 양털 등을 이용해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스웨터와 카디건 등을 제작했다.

하지만 랄프 로렌의 회심의 역작에 대해 외부의 평가는 싸늘하다. 미국 USA투데이는 미국 선수들의 유니폼을 소치 올림픽 유니폼 '워스트 5' 중 하나로 선정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나 어울릴 뿐, 동계올림픽이라는 의미나 미국의 개성 등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게 USA투데이의 평가다.

언론들의 평가에서 소치올림픽 유니폼 '베스트 3'를 추려보면 독일과 일본, 통가를 꼽을 수 있다. 독일은 무지개색 더블 패딩과 오렌지색의 바지라는 화려한 유니폼으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독일 명품 브랜드인 보그너와 스포츠웨어인 아디다스가 함께 제작한 이 유니폼은 개막식이 열린 경기장의 가장 먼 관중석에서도 눈에 띌 만큼 단연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무지개색이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최근 제정한 동성애 금지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러시아의 인권유린과 야당 정치인 탄압 등에 대한 항의 표시지난해 말 소치 동계올림픽에 대한 불참 의사를 밝혔다. 독일의 유니폼은 패션뿐 아니라 인류애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까지 담았다고 할 수 있다.

무릎까지 오는 긴 흰색 점퍼를 입은 일본은 동계올림픽을 의미하는 눈(Snow)과 일본을 대표하는 간결미를 잘 상징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USA투데이는 "흰색의 깔끔한 유니폼은 일본 선수들을 단결된 모습으로 보이게 했을 뿐 아니라 겨울 올림픽이라는 의미를 충분히 살렸다"고 평했고, 야후스포츠는 "기술적인 세련미가 돋보여서 그들만이 명예의 전당으로 입장하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는 개막식에 등장하면서부터 관중들로부터 수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열대기후인 통가가 동계올림픽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올림픽의 정신에 부합하는 도전이자 모험이기 때문이다. 통가 선수들은 녹색 야자수 나무를 점퍼 앞쪽 가운데에 국가의 상징으로 새겨 넣었는데 외신들은 "따뜻한 섬나라 통가와 따뜻한 해안이 있는 소치와 잘 어울렸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니폼" 등이라고 평하며 칭찬했다.

최악의 소치 올림픽 유니폼으로는 미국이 가장 많이 회자된다. 랄프 로렌은 지난 런던 올림픽에 이어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의 개막식도 망쳐놓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국과 함께 '워스트 3'에 드는 곳으론 대만과 우크라이나가 꼽힌다. 이들 국가는 거의 원색적인 조롱을 받았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청색 코트를 입은 대만 선수들에 대해 야후스포츠는 "먼 거리에서 보면 막 연습을 끝낸 교회 성가대처럼 보인다. 집에서 페인트칠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혀 실용적이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고 평했다. 복잡한 무늬를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 선수들의 유니폼은 3차원 입체영상을 일으키는 '매직아이'에 비유됐다. USA투데이는 "사진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 우크라이나 선수들이 약 3㎝쯤 멀리 보이고, 얼굴을 사진에서 멀리하면 눈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유니폼에서 숨겨진 입체영상이 떠오를 것 같다"고 폄하했다.

유니폼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국가도 있다. 올림픽 개최국인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미국 CBS 스포츠의 인터넷 매체인 블리치리포트는 A부터 D까지로 나눈 평가 등급에서 붉은색 털 코트를 입고 나온 러시아 선수들의 유니폼에 최고 등급인 'A+++'를 매겼다. 'A+++' 등급을 받은 건 러시아가 유일하다. 블리치리포트는 "홈팀으로서 강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소치올림픽 예산의 절반은 아마 이 코트에 쓰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USA투데이 등은 "산타클로스를 코스프레 한 것 같다"며 최악의 패션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밖에 블리치리포트는 'A+' 등급에 캐나다,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등을 선정했고, 가장 하위등급인 'D' 'D-' 등에는 케이맨제도, 노르웨이, 슬로베니아 등을 꼽았다.

한국은 호주 등과 함께 중간등급인 'B-'를 받았는데, "한국 선수들의 유니폼은 너무 점잖아서 딱히 지적할 게 없다"는 게 블리치리포트의 평가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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