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부문 부채 규모를 새롭게 산정해 어제 발표했다. 기존의 중앙ㆍ지방 정부가 포함된 일반정부 부채에다,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더한 것으로 821조원에 달했다. 국민 1인당 1,628만원씩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는 별도로 공무원연금 등 앞으로 가입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충당 부채와 민간부문에 대한 공공 보증채무도 613조원이나 됐다. 미래의 재정 위기를 피하려면 공기업과 연금제도에 대한 획기적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 지 새삼 일깨워 준다.
이번 발표는 공공부문의 투명한 부채관리뿐 아니라 혁신을 위한 조치다. 사실 한국전력 등 공기업 부채가 나라 빚보다 많은 상황에서 이를 제외하고 부채규모를 산출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또 이번 통계에서 제외된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의 부채 및 주요 연ㆍ기금이 보유한 국공채 등의 부채도 추가로 내놓아 부채 총규모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은 잠재울 필요가 있다.
재정 위험에 선제 대응하려면 공공부분의 방만함부터 바로잡는 게 급선무다. 정부는 지방정부의 부채를 통합관리하고, 공공기관 부채비율도 2017년까지 20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지만 무엇보다 빚더미에 올라 중점관리대상에 선정된 38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정상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자도 제대로 못 내면서 온갖 복지혜택과 고용세습을 일삼는 공기업의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정부의 경영평가 거부를 선언한 공공기관 노조들을 설득하면서, 강도 높은 개혁을 밀고 나가야 하는 이유다.
연금제도의 손질 없이는 재정적 재앙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특히 국민연금에 비해 2.5배의 혜택을 누리는 공무원연금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이미 적자로 쏟아 부은 나랏돈만 10조원이고, 2022년에는 누적적자가 4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더욱이 공무원연금을 그대로 두고는 국민연금·기초연금 등을 개혁하자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공기업 정상화도 정부가 먼저 제대로 된 공무원연금 개혁 의지를 보여줘야만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