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어제 마무리됐다. 결과는 괜찮았다. 첫째 날인 12일 14시간의 마라톤 협의에도 불구하고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헤어질 정도로 회담장을 서먹하게 했던 이산가족상봉 문제는 우리측 주장대로 관철됐다. 한미군사훈련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20~25일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결정됐다. 이외에 서로 비방중상을 하지 않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편리한 날짜에 추가 접촉을 갖는데도 의견을 모았다.
7년 만에 남북 고위당국자가 만나 민족의 숙원인 이산가족상봉 문제를 좋게 매듭짓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추가 대화채널을 유지키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정부가 앞으로는 이산가족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이 겹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 북한이 이에 한미훈련 연기 주장을 접으면서 반 발짝씩 양보한 것은 향후 남북대화를 추동하는 좋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본다.
당초 북한이 전격적으로 청와대에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고 이를 비공개로 요청했을 때만해도 남북관계에 모종의 전기가 마련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장성택 처형과 외자유치 실패 등으로 극도로 불안정해진 북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 남한에 '통 큰' 제안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대형 뉴스가 없었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정부가 밝혔듯 서로의 관심사를 충분히 듣고 설명하면서 속마음을 읽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다.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금강산관광 재개나 5ㆍ24조치 등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도 충분히 오갔을 것이다.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북한이 자신들이 제안한 이번 접촉에서 한미군사훈련 등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전혀 얻지 못했음에도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관계를 개선해 민족적 단합과 평화번영, 자주통일의 새 전기를 열어나갈 의지를 확인했다"고 신속히 보도하며 이번 접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이런 북한의 자세가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계속 견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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