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탑골공원·무료 급식소 등 그들만의 공간… 노인의 시선으로 본 노인 문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탑골공원·무료 급식소 등 그들만의 공간… 노인의 시선으로 본 노인 문제

입력
2014.02.14 12:15
0 0

"…그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인간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자원'으로 분류되어 살아왔음을, 물성적 교환가치가 소멸되는 순간 시장에서 찌꺼기처럼 폐기되었음을."(10쪽)

철학, 예술, 역사 등 여러 관점에서 한국사회의 노인문제를 들여다본 책이다. 제목 '퇴적 공간'은 효용가치가 다하고 더는 속도에 적응할 수 없게 된 노인들이 강 하구 삼각주에 쌓여 모래톱을 이루듯, 도시의 특정 공간에 몰려드는 모습을 지칭해 저자가 만든 말이다. 서울 탑골공원과 낙원동 뒷골목, 인천 자유공원 등이 그러한 퇴적 공간이다. 우리 사회의 역동성 속에 내포된 늙음, 군집에 숨은 개별적 존재의 고독, 존경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공간이기도 하다.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다 퇴직해 스스로도 노인으로 분류 '당한' 저자가, 마찬가지 처지의 인간들이 운집한 공간을 누비며 한국 사회의 뒷면을 그려낸다. 철학과 사회학, 미술작품을 넘나들며 시사적인 이슈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독과 연민의 문제로 느끼게 한다.

1부 '노인, 그들은 누구인가?'는 영화, 미술, 통계청 자료, 인문학의 이론을 섞어 소외된 존재, 분리된 존재로서 노인의 실체를 파악한다. 2부 '그들만의 영역을 탐색하다'에서는 종묘시민공원, 무료급식소 등을 직접 찾아 다니며 기록한 노인들의 생존 양식을 엿볼 수 있다. 3부 '고독과 소외의 진짜 얼굴'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자화상',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미술작품을 사색함으로써 노인이 머무는 시공간을 색다른 틀로 해석한다. 4부 '생존을 증명하기 위한 전투'에서는 어버이연대의 집회, 박카스 아줌마의 하루를 생생히 취재해 노인이 처한 인정투쟁의 현장을 전한다. 마지막 5부 '죽기 위해 산다'에는 마지막까지 존엄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