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신분으로 기업체에서 일하는 고교생들의 사망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야간 근무 등 과도한 노동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어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정진후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0일 야간 근무 중 폭설로 무너진 공장 지붕에 깔려 숨진 울산의 한 특성화고 3학년 김모(19)군(본보 12일자 12면)은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면서 회사와 ‘야간 근무는 하지 않는다’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를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협약과 달리 김군은 야근 중 사고로 사망했지만 이를 위반한 회사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협약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만 19세인 김군은 ‘18세 미만 연소자의 하루 7시간이상 근로와 야간·휴일 근로를 금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돼 대부분의 현장실습생들은 관련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이에 따라 고교생의 산업체 현장실습 근거가 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허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표준협약을 위반한 기업에게 과태료 500만~1,000만원을 부과하고,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고교 재학생에 대해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연소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을 준용하는 내용으로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현장실습 내실화 방안을 발표했었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정진후 정의당 의원도 이런 내용을 담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한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정진후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특성화고 문제는 소외된 이슈여서 국회에서도 관심이 없다”며 “2월 중 하루 잡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되긴 어려워 보이고, 4월에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3일 성명서를 내 직업교육훈련촉진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면서 “무분별한 취업률 높이기 경쟁만 유도하고 있는 시ㆍ도교육청 평가를 폐지하고, 노동착취와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희망자에 한해 수업일수의 3분의2가 지난 시기에 제한적으로 현장실습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 광주의 한 현장실습생 사망으로 당시 참여정부는 취업이 보장된 경우를 제외하고 현장실습을 할 수 없도록 했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이를 부활시켜 취업률 목표를 할당하고, 교육청 평가에 반영하기도 했다. 광주 전남공고 임동헌 교사(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집행위원장)는 “학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는 기업들에게 야근 금지ㆍ산업안전 강화 등 법 준수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며 “아예 4주 이내로 현장실습 기간을 명시한 일본처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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