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와 난징 학살에 대한 막말 발언으로 물의를 끼친 NHK 간부들이 반성은커녕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나팔수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NHK 경영위원회가 이들에 대한 자중요구를 외면하고 보수 우익 행보를 보임에 따라 공영방송 NHK의 위상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
"군 위안부는 어느 나라에나 있었다"는 발언의 장본인인 모미이 가쓰토 NHK 회장은 1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전직 NHK기자 출신 이데 요세이(井出庸生) 결속당 의원의 날 선 추궁에 혼쭐이 났다. 결속당은 최근 친 아베 성향 행보를 보이는 다함께당을 탈당한 의원들이 결성한 신당이다.
이데 의원은 "NHK에는 공사를 철저하게 구분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내부규정이 있다"며 "공사의 발언구분조차 못하는 사람이 최고책임자로 있다면 직원들이 따를 리가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모미이 회장은 "개인적 의견을 방송에 반영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다"며 "회장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의 태도는 이날 오후 열린 정례 기자회견에서 돌변했다. 모미이 회장은 NHK 국제방송에서 독도 문제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주장에 근거해 방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달 2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일본 정부(의 입장과)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며 "중국, 한국과의 영토분쟁과 관련, 일본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우익작가 햐쿠타 나오키(百田尙樹) NHK 경영위원은 한술 더 떠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우익성향 발언을 비난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조롱을 쏟아냈다. 그는 12일 트위터에 "정말 안타깝다, 국회에 출석해 생각한대로 마음껏 지껄여 전대미문의 답변을 하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실망"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는 민주당이 자신을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려고 했다가 자민당의 거부로 무산된 것을 두고 빈정거린 것이다. 그는 "민주당은 더 힘내서 자민당에 요구해 햐쿠타 나오키를 국회에 불러내달라. 깜짝 놀랄 것을 아주 많이 지껄여줄 테니까"라고 썼다. 햐쿠타는 특히 "(나는)머리가 나빠서 무서운 것이 없지만 예쁘고 젊은 누나에게는 약하다"며 여성비하적 말까지 남겼다.
앞서 NHK경영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우익성향 간부들의 발언을 비난하는 글이 NHK 게시판에 쇄도하고 시청료 거부운동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이들에게 언행에 신중을 가해달라는 이례적인 주문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햐쿠타 등 보수, 우익 성향의 NHK 경영위원이 모미이 회장을 옹호하는 반면 하마다 겐이치로(浜田健一郞) 경영위원장 등이 이를 견제하려고 시도하면서 경영위원회가 분열 조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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