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산 가족들 반응 "겨울 가기 전 짐가방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산 가족들 반응 "겨울 가기 전 짐가방 전할 수 있어 기쁘다"

입력
2014.02.14 11:18
0 0

"이제나저제나 북에 두고 온 피붙이를 만날 날을 고대하며 살아왔는데 믿겨지지가 않습니다. 노부(老夫)의 소망이 드디어 이뤄지나 봅니다."

지난해 9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전해진 취소 소식에 망연자실했던 고령의 이산 가족들은 14일 상봉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기적 같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로 기쁨을 표했다.

6ㆍ25 전쟁 중 부모와 동생을 남겨 놓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명호(82ㆍ강원 속초) 할아버지는 "동생이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63년을 기다려왔다"면서 "소식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렀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강원 통천이 고향인 이 할아버지는 전쟁 중이던 1951년 12월 인민군에 징용될 나이(당시 18세)가 되자 이를 피해 형 둘과 남으로 내려왔다. 북한에는 현재 막내 동생 이철호(78)씨와 조카 두 명이 살고 있다.

뼈가 시릴 정도의 북녘 추위를 잘 아는 그는 지난해 9월 상봉행사를 앞두고 두툼한 겨울 점퍼와 내복 등 동생과 조카들을 위한 겨울 용품들을 준비해뒀다. 다시 상봉할 날만 기다리며 짐 가방을 풀지도 않았다는 이 할아버지는 "올 겨울이 가기 전 결국 보따리를 건넬 수 있게 됐다"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6ㆍ25 전쟁 때 황해 연백에서 헤어진 동생과 조카들을 만나게 된 고재준(82ㆍ서울) 할아버지도 "정말 기대가 된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했다. 열여덟 살 때 남한으로 내려와 국군으로 싸웠던 고 할아버지는 "한국 전쟁이라는 아픔을 60년 넘도록 못 털어버리는 것은 우리 민족의 수치"라고 한탄하면서 "이산가족들이 다 죽어 없어지기 전에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에 여동생을 만나게 되는 이선종(83ㆍ서울) 할아버지도 기쁜 마음으로 재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부인 고재희(79)씨가 전했다. 고씨에 따르면 1951년 1ㆍ4 후퇴 때 부모와 남동생 1명, 여동생 2명을 남겨 두고 남한으로 내려온 이 할아버지는 북한의 가족을 떠올릴 때마다 "같이 오지 못한 것이 평생의 한"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남편의 한을 수십년간 지켜본 고씨는 "요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커서 현재 치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는 중"이라며 "그토록 바라던 상봉이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