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을 통해 우리 고장을 빛내겠다."
지역연고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바둑 단체전 KB리그에 지자체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2014 KB국민은행 한국바둑리그 화성시팀 출전 조인식이 11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렸다. 이로써 올 시즌부터 경기 화성시(시장 채인석)가 프로바둑팀을 창단, KB리그에 본격 참가하게 된다.
바둑리그에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 충청북도가 충북건국우유팀을 만들어 출전했고, 전남 신안군과 태평천일염이 합작한 신안천일염팀은 2009년부터 벌써 5년째 KB리그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지자체가 관내 기업들과 선수단 운영 경비를 분담해 팀을 구성한데 반해 이번 화성시팀은 지자체 단독으로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첫 번째 사례다.
KB리그는 10여 년 전 출범 당시부터 프로야구나 프로축구를 벤치마킹해 지역연고제를 표방했다. 이에 따라 초창기에는 출전팀의 연고지가 전국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모기업 사정으로 출전팀이 자주 바뀌면서 어느덧 지역연고제가 거의 유명무실해졌고 지역팬의 관심도 덜해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화성시의 KB리그 참여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KB리그가 지향하고 있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완전 구단제'에 보다 빨리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로서도 KB리그 참여가 지역 홍보에 매우 좋은 기회다. 특히 바둑은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재정 상태가 넉넉지 않은 기초자치단체에서 팀을 구성, 운영하기에 가장 적합한 종목이다. 바둑은 별도의 전용경기장이나 훈련시설을 구비할 필요가 없고 팀 운영 경비가 다른 스포츠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해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둑계는 올해부터 바둑이 전국체전 시범종목으로 승격하면 전국 지자체들의 바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져 프로 및 아마추어 바둑팀 창단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성시와 바둑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화성 융릉에 묻힌 사도세자는 동궁에 바둑판을 비치했던 기록이 남아있는 유일한 왕세자고, 건릉에 묻힌 그의 아들 정조는 바둑을 소재로 한 여러 편의 시를 남기는 등 화성은 바둑과 관련이 많은 고장이다. 이 같은 인연으로 화성시는 2008년부터 '화성시장배 정조대왕 孝 바둑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조인식을 마친 후 "현재 화성시내 모든 초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학습을 통해 바둑을 배우고 있다. 앞으로 화성시를 바둑의 메카로 만들어 54만 화성시민이 바둑을 통해 건전한 스포츠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나아가 한국 바둑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올해 바둑리그 참여를 계기로 전국의 바둑 동호인들이 용주사에서 2박3일간 바둑을 즐기며 소통하는 템플스테이 형식의 바둑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이미 예산까지 책정한 상태"라고 밝혔다. '효의 도시' 화성이 바야흐로 '바둑 도시'로 거듭나게 되는 셈이다.
한편 화성시팀 감독에는 부모님이 모두 화성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정우 8단(32)이 내정됐다. 2012년 스마트오로 감독을 맡았던 한종진 8단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감독이다.
2003년 드림리그로 출범해 올해 12년째를 맞이하는 KB리그는 3월 말 선수선발식에 이어, 4월 10일로 예정된 개막전을 시작으로 7개월간의 대장정을 펼치게 된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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