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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감추려던 어두운 역사를 진보적 관점서 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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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가 감추려던 어두운 역사를 진보적 관점서 해부

입력
2014.02.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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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스톤은 여느 할리우드 감독과 다르다. 그의 영화 대부분은 비주류의 시선으로 역사의 이면과 현실의 어둠을 좇는다. 출세작 '플래툰'(1986)은 베트남전의 추악한 이면을 고발했고 'JFK'(1991)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배후로 군산복합체를 지목했다. '월스트리트'(1987)는 금융자본주의의 부도덕성을 비판했다.

진보적 사고를 바탕으로 논쟁적 영화를 만들어온 스톤은 2012년 주류가 감추려 했던 미국의 어두운 역사를 파헤치는 작업에 나섰다. 10부작 TV다큐멘터리 '알려지지 않은 미국의 역사'가 결과물이었다. 그는 이를 제작하기 위해 유명 지식인들에게 자문했다. 그 중 한 사람이 파키스탄 출신의 세계적 좌파 운동가 타리크 알리였다. 는 두 사람이 7시간 동안 나눈 대담을 품고 있다. 스톤이 묻고 알리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이 책은 진보적 관점에서 현대 세계사를 일별한다.

지배계층의 논리에 따르기 마련인 주류 역사서가 다루지 않거나 언급하지 못할 내용이 많이 담겼다. 아돌프 히틀러가 한때 영국 대중에게도 인기가 많았고, 윈스턴 처칠은 베니토 무솔리니를 아주 좋아했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공산혁명의 여파가 자본주의와 왕실을 위협할까 봐 영국 극우 정치인들이 처음엔 히틀러 등 파시스트를 지지했다는 것이다. 알리에 따르면 영국왕 에드워드 8세는 나치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건국이 테러를 근간으로 이뤄졌고, 중동평화협상으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메나헴 베긴 전 이스라엘 총리가 젊은 시절 테러리스트나 다름없는 활동을 했다는 말은 파격적이다.

영국 등 옛 제국의 몰락과 미국이라는 새 제국의 출현과정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냉전 초기는 구제국이 몰락하고, 미국이 점차 그 제국들의 역할을 차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였어요. 한국전쟁은 일본 제국의 붕괴와 관련 있고, 베트남전은 프랑스 제국의 붕괴와 관련이 있죠."(알리ㆍ109쪽)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역사의 진실을 똑바로 알아야 제대로 된 미래를 가꿀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역사는 우리의 삶을 바꾼다'와 '현재는 과거와 연결된다'는 이 책 2, 3장의 제목은 둘 사이 이뤄진 대담의 방향과 목적을 함축한다.

스톤의 한국어판 서문도 눈길을 끈다. 한국 보수진영이 읽는다면 발끈할만한 역사관이 스며있다. 스톤은 '미국은 이승만을 그곳(한국)의 마피아 보스로 만들고, 많은 양의 돈과 무기를 제공하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거나 제주해군기지 반대 투쟁에서 '한국인들의 정신'이 '빛나고 있다'고 서술한다. 한국 상황에 무지한 한 미국 영화감독의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맹비난할 수는 없을 듯하다. 스톤의 아내는 한국인이고 스톤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지한파이기 때문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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