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공원을 아시나요?'
경기 부천시 원미구 무지개고가 사거리. 백화점과 영화관, 대형마트가 몰려 있어 부천에서 가장 번화한 상권으로 꼽힌다. 유동인구도 많다.
하지만 무지개고가 사거리의 부천소풍터미널 맞은 편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공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09년 10월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 의사가 사형을 선고받은 2월14일을 1980년대 일본에서 건너온 기념일인 밸런타인데이로만 기억하는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천시는 2006년 1월16일 중국 하얼빈시 유로백화점 앞 광장에 설치됐다가 11일만에 철거된 안 의사 동상을 옮겨와 의거 100주년 기념일인 2009년 10월26일 당시 중동공원에 세웠다. 공원 이름도 '안중근 공원'으로 바꿨다.
안 의사 동상은 재중 사업가인 이진학씨가 1억7,000만원을 들여 하얼빈시에 세웠지만 하얼빈시 정부가 외국인 동상 설치를 불허해 철거된 뒤 국내ㆍ외를 떠돌아야 했다.
안중근 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에 기증돼 2009년 중국을 떠난 안 의사 동상은 안 의사 가묘가 있는 효창공원에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후 국회의사당에 임시로 설치됐다가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안중근 공원에는 동상뿐 아니라 안 의사의 시와 글이 새겨진 길이 21.6m, 높이 4.2m의 청동 부조 조형물도 있지만 안 의사를 기리기 위해 공원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부천시와 보훈단체가 주관해 매년 10월 의거일 기념식이 열릴 뿐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올해 순국일에는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 축제에 전시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지지 않는 꽃' 작품과 안 의사를 기리는 구조물을 공원에 설치하고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