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저가구매 촉진을 위해 도입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대형병원의 의약품 가격 후려치기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2010년 5,254개였던 '의약품 1원 낙찰 의료기관'이 지난해 8,085개로 53.8% 증가했고, 1원 낙찰 의약품수도 1,624개에서 2,170개로 33.6% 증가했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초저가 낙찰을 부추기고 있는 사실이 통계로도 확인된다"며 "제약업체들은 대형병원의 의약품 처방목록에 들어가지 못하면 약국 등 원외처방 의약품 판로까지 막히기 때문에 1년치 의약품을 단돈 1원, 5원 등 초저가로 납품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고시 가격보다 싸게 약품을 구입하면 그 차액 70%를 인센티브로 돌려받도록 한 것으로, 복지부는 약값 인하와 리베이트 방지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자체 입수한 '병원-제약·도매업계 간 의약품 계약'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일부 대형병원들이 1일부터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의 재시행으로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점을 악용해 1월부터 기존 의약품 계약을 파기하고 제약회사나 도매업계에 약값을 내려서 견적서를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병원은 기존 계약을 파기한 뒤 약가의 25%를 깎아서 입찰할 것을 명기하는 공문을 제약회사에 보냈고, 다른 사립대병원은 무려 50%나 약가를 인하해 입찰할 것을 요구하는 등 약값 후려치기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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