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어떤 작품이 상을 받고 흥행에서 덕을 볼지 다시 궁금해지는 시기가 됐네요."(한 영화수입사 관계자)
국내 극장가에도 '오스카 시즌'이 열렸다. 내달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국내도 오스카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작품상과 감독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아메리칸 허슬'(감독 데이비드 O. 러셀)과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작 '어네스트와 셀레스틴(감독 뱅상 타파)이 20일 개봉하는 데 이어 9개 부문 후보작 '노예 12년'(감독 스티브 맥퀸)이 27일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예술성 짙은 영화들을 주로 소개하는 CGV무비콜라쥬는 13일부터 올해 아카데미 후보작 13편을 상영하는 '2014 아카데미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국내 극장가 '오스카 시즌'은 보통 2월 하순 시작해 시상식 뒤 정점에 이르고 3월까지 이어진다.
아카데미 수상 결과는 미국 흥행 시장에 강한 영향을 준다. 개봉 당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영화들이 오스카를 품에 안은 뒤 재개봉해 흥행에 성공한 경우가 종종 있다. 일명 '오스카 효과'다. 2006년 '크래시'(감독 폴 해기스)와 2010년 '허트 로커'(감독 캐서린 비글로우)가 대표적이다. 국내도 예외가 아니다. 2011년 예술영화 '블랙 스완'(감독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경우 내털리 포트먼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발판 삼아 162만3,199명이라는 깜짝 흥행을 기록했다. 국내 수입사들이 미국 영화사들 못지않게 수상 결과에 눈과 귀를 모으는 이유다.
아카데미의 꽃인 작품상을 어느 영화가 차지할 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아메리칸 허슬'과 '노예 12년', '그래비티'(감독 알폰소 쿠아론),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필로미나의 기적'(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캡틴 필리스'(감독 폴 그린그래스) 등 10편이 경합을 벌인다.
지난달 25일 열린 미국감독조합상에서 영화부문 감독상을 거머쥔 '그래비티'(9개 부문 후보)가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 감독조합상은 아카데미 작품상 결과를 가장 잘 예측하는 '족집게 상'으로 명성이 높다. 2000년 '아메리칸 뷰티'(감독 샘 멘데스)이후 지난해 '아르고'(감독 벤 애플렉)까지 이 상을 받은 영화들이 열두 차례나 오스카 작품상을 가져갔다.
예외는 단 두 차례였다. 2001년 '와호장룡'과 2006년 '브로크백 마운틴'이었다. 대만 출신의 리안 감독 작품들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AMPAS)의 유별난 성향이 낳은 예외였다.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는 2010년대 들어서야 여성 이사를 처음 임명했고, 2010년 흑인 감독의 영화(리 다니엘스의 '프레셔스')를 처음 작품상 후보에 올릴 정도로 보수적이다. '노예 12년'은 맥퀸 감독이 흑인이라 '그래비티'와 '아메리칸 허슬'보다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달 열린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서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작품상을 받은 '아메리칸 허슬'의 귀가 쫑긋해할 속설도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날과 가까운 시기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가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미국 연예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지난 연말 "(아카데미의 유력 후보작이 이른)가을에 먼저 개봉한 경우 (수상 경쟁에 있어)불리하다"는 보도를 했다. 최근 개봉한 영화일수록 아카데미 회원들이 더 강한 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2011년과 2012년 작품상 수상작인 '킹스 스피치'(감독 톰 후퍼)와 '아티스트'(감독 장 뒤자르댕)가 대표적 예로 시상식 개최 전해 11월에 각각 개봉했다. '그래비티'와 '노예 12년'은 10월에, '아메리칸 허슬'은 12월에 각각 미국 극장을 찾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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