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행동 심리학자 댄 애리얼리 교수 등은 2011년 레고 모형과 종이개구리 접기 등으로 사람들이 직접 물건을 만드는 체험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전문가가 만든 것보다 자신이 직접 만들거나 조립한 것을 선호할 뿐 만 아니라, 그 가치를 평균 62% 높게 부여했다. 아무리 조악해도 자신의 손때가 묻은 물건에 비합리적일 정도로 후한 점수를 주면서 강한 애착을 보인 것이다. 이는 '이케아(IKEA) 효과'로 명명됐다.
■ 이케아는 스웨덴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서 출발해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한 조립가구 업체이다. 1943년 방문판매로 성냥을 팔기 시작한 이케아는 53년 가구업에 뛰어들어 현재 전세계 40개국에 338개 매장을 가진 공룡기업이 됐다. 군더더기 없는 심플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북구 스타일의 세련된 가구를 역발상으로 저렴하게 판매한 덕분이다.
■ 지구인을 열광시킨 비결은 '제품+체험'의 묶음 판매에 있었다. 그 핵심은 조립이다. 이케아는 일종의 '성인용 레고'라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완제품 대신 반제품의 가구를 구입해 레고 장난감처럼 스스로 조립해 완성토록 한다. 이 과정에 즐겁게 참여하면서 소비자들은 이케아 브랜드의 일부가 된다. 단순한 가구가 아닌 생활문화를 파는 전략이다. 판매에서 조립까지 사실상 고객이 함께 일하면서 경제적 가치도 높이고, 무려 작업량의 80%를 줄이는 일거양득으로 거품은 확 뺐다. 이케아가 지닌 막강한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케아의 또 다른 매력은 '스웨덴식 디즈니랜드'라고 불리는 즐거운 매장이다. 온 가족이 나들이해 구경하고 먹고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꾸몄다. 한해 매장 방문객이 7억명이 넘는다.
■ 이케아가 올해 말 첫 한국 매장 오픈을 앞두고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열었다. 오는 11월 경기 광명 1호점에 이어 고양, 서울 등에도 지점을 낼 예정이다. 이에 국내 가구업체들은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시대에 경쟁은 불가피하다. 이케아보다 더 획기적인 역발상으로 맞서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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