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발한 도구를 이용해 지구 반대편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주 기쁩니다."
서강대가 캄보디아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환경 및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프놈펜 왕립대학에 네 번째 우정연구실을 설치해 13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특히 이번 참여 연구진 중에는 외국인 학생 한 명이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브라질 출신으로 서강대에 교환학생으로 와 있는 페드로 테이셰이라(25)씨.
페드로씨는 브라질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경없는 과학'(Science Without Borders) 장학생으로 지난해 한국에 와 1년간 서강대 화학과에 교환학생으로 수학하고 있다. 서강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 중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따라 2010년부터 캄보디아에 우정연구실 3곳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사실 페드로씨는 지난 학기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브라질 대형 에너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우연히 네팔을 여행하면서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페드로씨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의 '에코 빌리지'(Eco village)라는 곳에서 만난 일본인 교수로부터 아시아 일부 지역의 수질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그 후로부터 내가 배운 지식으로 도움을 줄 방법은 없을까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그는 여행을 마치고 서강대 바이오 계면연구실로 돌아와 연구에 몰입했다. 수많은 실험 끝에 자원이 부족한 저개발국가 현지에서도 3D 프린터를 활용해 제작할 수 있는 휴대용 정수기를 고안해 냈다.
일반 정수기에 쓰이는 필터의 경우 현지에서 바로 구하거나 제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 3D 프린터로 언제든지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필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캄보디아와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에서는 물의 비소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며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비소 흡착 특성도 있는 녹슨 못과 불순물 제거 기능이 있는 모래로 정수기 필터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까지 캄보디아에서 실전 연구를 마친 뒤 브라질로 돌아가는 그는 내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서강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할 예정이다. 페드로씨는"'한류'를 통해 알게 된 한국에 와서 개발도상국을 도울 기회를 준 학교와 연구진에게 감사 드린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연구해 지구촌 곳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자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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