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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2월 14일] 대학 입학금, 왜 안 없어지나

입력
2014.02.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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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합격자 발표가 얼추 마무리되면서 각 대학이 신입생 등록을 받고 있다. 대학에 등록하는 가장 기본적인 절차는 등록금 납부이다. 등록금은 수업비와 기타 비용으로 구성되는데 신입생이라면 꼭 추가되는 것이 입학금이다. 보통 4년제 대학의 2, 3, 4학년 한 학기 등록금이 300만~400만원대인데 신입생은 여기에 입학금이라는 명목으로 많게는 100만원 넘는 돈을 더 낸다. 대학연구소가 작년 11월에 교육부의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196개 대학의 2013년 입학금을 조사했더니 4개 대학의 입학금이 100만원대이고 25개 대학의 입학금이 90만원대였다. 사립대 156개 대학에서 141개 대학의 입학금이 50만원 이상이었으며 그 중 91개 대학은 70만원 이상이었다. 작년 서울시립대 인문사회 계열 등록금이 100만원선이었으니 대학 등록금에 맞먹는 입학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비싼 것도 문제지만 도대체 용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당시 대학연구소는 입학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여론의 호응을 받았다. 그 후 대학 입학금은 사라졌을까. 사라지지 않았다. 크게 줄지도 않았다.

작년에 입학금 1, 2, 3위를 한 대학의 2014년 입학금을 알아보니 고려대는 103만1,000원 동국대는 102만4,000원 한국외국어대는 100만7,000원으로 작년과 똑같다. 90만원대 대학도 몇 군데를 조사한 결과 작년과 같았다. 비싼 등록금도 문제지만 입학금은 더 큰 문제인데 문제를 제기해도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도대체 이 입학금은 어디에 필요한 것일까. 신입생이 새로 들어온다고 해서 대학이 돈을 더 들여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입학식을 열고 학적부 등록을 새로 하는 정도인데 거기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갈까. 전혀 아니다. 전산화 시대에 학적부 등록에 그렇게 큰 비용이 들 리 없으며 입학식은 학교마다 참여학생이 점점 줄고 있다. 가수들까지 불러 상업적으로 치러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문제였는데 오리엔테이션 비용은 또 따로 받고 있다. 게다가 입학식 비용을 따로 받아야 한다면 졸업식 비용도 따로 책정되어야 옳을 것이다.

다른 나라를 봐도 입학금을 이렇게 받는 경우가 없다.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대학들은신입생도 등록금을 낼 뿐 입학금을 따로 내지 않는다.

그런데도 유독 우리나라만 입학금이라는 이상한 비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뻔하다. 대학입학이 간절한 학생과 학부모들로서는 대학에 입학하려면 입학금을 내라는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유난한 교육열을 대학이 교묘하게 활용하는 셈이다. 이게 관행으로 굳어져서 입학식조차 없는 대학원에도 입학금 항목이 떡하니 차지하고 있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교육당국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행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더욱 딱한 일이다.

입학금은 실상 법적으로 존재근거도 불투명한 돈이다. '대학등록금에 관한 규칙'의 4조 4항에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입학금이 무엇인지 왜 징수하는지 어떻게 산정하는지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이 법에서 등록금을'학교에서 징수하는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이라고 1조에 규정한 것과는 비교가 된다. 관행상 대학들이 받아왔기 때문에 그저 그대로 받게 한다는 느낌이 든다. 관행이라고 따르기에는 너무 많은 돈을 신입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내야 한다. 부당한 갹출에 재학생들이라면 연대해서 문제 삼겠지만 신입생들은 뿔뿔이 고립된 존재라서 저항할 길이 딱히 없다. 등록금도 버거운 서민층에게 입학금은 더더욱 큰 장애이다. 신입생은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입학금은 교육 당사자라는 대학이 신입생이라는 약자의 처지를 교묘히 활용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비교육적이고 고약한 행위이다. 약자의 손목을 비트는 이런 행위를 교육부가 계속 방치한다면 대학의 부당함을 당국이 부채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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