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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 방문땐 아베에 잘못된 신호… 북한에 한미동맹 강조 효과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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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만 방문땐 아베에 잘못된 신호… 북한에 한미동맹 강조 효과도 기대

입력
2014.02.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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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보좌관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강조하며 이 사실을 공개했고 이때 일본 언론들은 오바마가 일본에 올 것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바마의 국빈방문을 추진해온 게 공공연한 비밀이던 시점이었다.

한국의 외교력이 오바마의 방한에 집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당시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계획에서 한국은 제외된 상태였다. 동북아 3국 가운데 오바마가 일본만 콕 찍어 방문하는 건 한국 정부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아베의 우경화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할 미국이 되레 정상외교로 이를 추인하는 모양이 되는 점도 문제였다. 한국은 물밑에서 총력전을 벌였지만 백악관의 침묵은 길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중요한 사건이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였다.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양비론적인 시각을 보이던 오바마 정부는 이때 이후로 갈등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한국의 논리를 수긍하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한일 갈등의 민감한 시기에 일본만 방문하는 것이 가져올 후폭풍도 심각히 고려됐다. 이달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한국 방문 희망 의사를 밝히면서 백악관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오바마가 시 주석보다 먼저 한국을 찾지 않으면 동북아에 혼란스런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악관은 12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4월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방문한다"며 한국을 순방국에 포함시켰다. 아직 자세한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이 요구한 국빈방문 일정인 2박3일을 쪼개 일본과 한국을 1박2일씩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일정 조정은 아베의 우경화 행보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겠다는 미국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 안보동맹 태세와 북핵 및 도발에 대한 빈틈 없는 공조를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일본으로서는 최근 버지니아주 동해병기법안 의회 통과를 비롯해 대미 외교전에서 잇따라 타격을 입은 모양이 됐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런 일본의 처지를 빗대 "아베가 야스쿠니 참배로 자살골을 두 개나 먹었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지나쳐서는 안 될 대목은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확인하는 오바마의 당초 순방 일정에 한국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순방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아시아 중심축이 일본이라는 점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형식을 양보하는 대신 최대한 실리를 챙기려 들 수 있다. 대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확실한 지지는 물론이고 헌법개정에 대한 이해까지 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오바마의 방한을 얻어낸 대신 미국에 실리를 내줘야 할 지도 모른다. 정상회담에서 다룰 현안 가운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과정 문제가 포함된 것이 이런 우려를 키운다. 미국이 말하는 FTA 이행과정 논의란 곧 한국시장 개방을 다루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오바마 순방을 둘러싼 한일 외교전을 한국의 승리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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