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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14일] 호밀빵에 대한 생각

입력
2014.02.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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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한 동물원에서 근친교배에 의한 열성 유전자의 확산을 막기 위해 두 살짜리 기린을 전기총으로 사살하고 그 사체를 절단해 사자에게 먹이로 주었다는 기사가 외신에 떠있었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건 기린의 사살 과정과 사체를 절단하는 과정을 어린아이들이 포함된 관람객들에게 개방했다는 것이다. 신문에 실린 사진에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어린아이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기린의 사체를 해체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같은 어이없는 결정을 한 이가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지만 모든 생명은 존귀한 것이어서 우리는, 사람이 먹기 위해 사육하는 소나 돼지 앞에서도 처참하고 미안한 마음을 느끼는데, 그다지 설득력도 없는 이유로 멀쩡한 기린을 사살해 사자에게 먹이로 던져주다니.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전시를 하다니. 어떻게 덴마크라는 문명화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보도에 의하면, 동물원측은 사람들에게, 동물에 대한 지식과 삶과 죽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는데, 그 동물원이 진정으로 노렸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기린의 이름은 마리우스라고 한다. 사살되기 직전에는 제일 좋아하는 호밀빵을 특식으로 먹었다고 했다. 그것이 마리우스의 마지막 식사였던 셈이다. 나는 이제 호밀빵은 안 먹겠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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