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옥살이한 강기훈(51)씨가 무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23년의 세월 동안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사들은 핵심 보직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1991년 사건 수사를 맡아 강씨를 구속 기소한 당시 강력부 수석검사 신상규(65) 변호사는 이후 1993년 부장검사로 승진한 뒤 대검 중부수 과장, 서울지검 특수 2부장, 서울지검 형사4부장, 부산고검 차장, 창원지검장 등을 거쳐 광주고검장을 마지막으로 2009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검찰청 사건평정 위원장에 위촉돼 현재까지 맡고 있다. 이 위원회는 무죄 확정사건에 대해 검사의 잘못을 판단하는 곳이다.
강씨는 지난달 16일 재심 공판 중 최후진술에서 "당시 마약 수사를 담당하던 신 검사가 나를 뽕쟁이(마약사범)로 취급했다"면서 "반복적으로 질문하고 욕설을 하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로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강압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남기춘(54) 변호사도 이후 서울 서부지검장을 지냈으며 2012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클린검증제도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들 검사를 지휘했던 수사 책임자는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장이던 강신욱(70) 전 대법관이다. 그는 1991년 7월 강씨를 기소한 뒤인 8월 정기인사에서 서울지검 형사1부장으로 발령돼 이후 공소 유지를 맡았다. 1993년 서울지검 2차장, 1999년 서울고검장을 거쳐 2000~2006년 대법관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에는 한국신문윤리위원장에 선임됐지만 2개월 만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박근혜 대선캠프 법률특보단장으로 옮겼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