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이 ‘급제동’에 걸린 형국이다. 13일(한국시간) 현재 남녀 500m와 여자 3,000m, 남자 1,000m 경기가 끝났지만 세계 신기록이 단 한 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여자 500m 단일 레이스(37초28)와 1,2차 시기 합계 올림픽 신기록(74초70)이 그나마 ‘만족할 만한’ 기록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의 기록도 세계 신기록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남자 5,000m 정상에 오른 스벤 크라머(28ㆍ네덜란드)는 6분10초76에 결승선을 통과해 세계신 6분03초32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고, 스테판 흐로타위스(23ㆍ네덜란드)의 남자 1,000m 우승 기록도 1분08초39로 세계신기록 1분06초42에는 미치지 못했다. 500m 금메달리스트 미헐 뮐더르(18ㆍ네덜란드) 역시 1,2차 시기 단일 레이스 모두 세계기록 34초03에 턱없이 모자랐다. 이런 가운데 소치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유독 네덜란드 선수들이 메달을 독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선수들이 이 종목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대체로 두터운 선수층과 국민 스포츠로의 정착 등이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사실 특정국만의 전유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한 빙상 전문가는 “네덜란드와 러시아 소치의 지리적 특성을 눈여겨보라”고 주문했다. 그는 “네덜란드는 국토의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은 데 자리를 잡았고, 소치는 흑해 연안 해수면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데서 해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네덜란드와 소치처럼 해발 고도가 제로(0)인 지역은 공기의 밀도가 높아 스피드가 저항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기록 경신이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고지대 경기에서 신기록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실제 스피드스케이팅 신기록은 해발고도 1,400m가 넘는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와 캐나다 캘거리에서 나왔다”며 “육상의 기록 경신도 대부분 이 같은 고지대에서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해발고도 제로에서의 신체 반응이 완벽하게 적응된 네덜란드 선수들이 소치 올림픽을 안방처럼 누볐다는 의미다. 여기에 테크닉보다 파워 위주로 레이스를 전개하는 ‘전통’도 한 몫 했다. 반면 한국은 힘을 앞세우기 보다 코너워크 기술 등 테크닉 위주로 레이스를 탄다.
이승훈(26)과 모태범(25ㆍ이상 대한항공)등 한국 대표팀도 낮은 고도 소치의 지리적 특성을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러나 올림픽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프랑스→네덜란드→러시아 소치로 향하는 전지훈련 강행군이 독약이 된 셈이다. 선수들은 이 과정에서 충분한 휴식 없이 너무 훈련에만 매달린 것이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전무이사는 “우리 선수들의 기록이 나쁘지 않았다”며“다만 소치에 도착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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