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대에서 내려다본 설원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출발점에 선 선수는 힘차게 출발대를 박차고 슬로프를 빠르게 질주한다. 최고 속도 120km, 날아오르듯 가파른 경사면을 내려오는 '알파인 스키'다. 소치에서는 알파인 스키만큼이나 아찔한 광경이 경기장 한편에서 펼쳐졌다.
알파인 스키 경기장을 둘러싼 약 30m 높이의 나무 위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이들의 정체는 '열성 팬'이 아닌 바로 알파인 스키 감독들. 미국 등 알파인 스키 강국 팀 감독은 스키 대회 전 공식 훈련부터 나무 위 명당자리 선점을 위해 애를 쓴다. 높은 곳에서 보면 지상에서 보는 것보다 스키의 길인 '라인'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나무 위에서는 더 많은 코스를 볼 수 있어 다른 선수와 차이점을 분석하기 용이하다.
장비는 단출하다. 밧줄과 신발 밑에 붙어 있는 스파이크만 사용해 전신주 오르듯 나무를 탄다. 알파인 스키 미국팀 감독은 나무를 벽을 타는 것처럼 올라야 한다고 전했다. 감독들이 오르는 나무는 평균적으로 30~35m로, 일부 나무에는 작은 초소도 설치됐다.
단점도 있다. 위에서 보기 때문에 선수가 활강할 때 정확한 각도를 파악할 수가 없다. 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상에도 감독을 배치하고, 미리 봐야 할 지점을 짚어둔다.
감독들이 몸소 나무를 타는 성의에도 불구하고 소치의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소치 기온이 영상 17도까지 솟으면서 로사 쿠토르 알파인 센터 코스는 여러 곳이 움푹 팼다. 11일 경기장 설질이 단단하지 않아서 알파인스키 여자 활강 최종 연습이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유럽에서 가장 큰 눈을 만드는 기계가 준비돼 있다고 하지만, 기온은 더 오를 전망이다. 박준하 인턴기자(이화여대 국문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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