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1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 중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 강연회에서 전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할머니들을 만나 머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을 뿐 뭐라고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며 “할머니들을 만나 보니 이 문제를 더 빨리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임시절 자신이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 정부가 계승해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정책에 대한 사과를 담은 담화와 관련해 “일본에서는 국민 전체가 이를 계승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담화를 부인하는 각료가 있다면 각료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며 아베 총리도 담화를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 정치권의 우경화 경향에 대한 양해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일부 일본 정치인들의 위안부 관련 망언에 대해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부끄럽다”면서 “(일본)국민들이 전반적으로 ‘우리가 나빴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니 한국 국민들이 이해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일 양국 관계의 경색에 대해서는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이 있는 뒤에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98년 한일 공동선언의 정신에 입각해 과도한 언동을 자제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행사를 주최한 정의당 천호선 대표를 비롯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무소속 안철수 의원 등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별도의 기자회견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의 조속한 성사도 촉구했다. 그는 “양국 사이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정상회담이 실현돼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열어 기탄없이 의견을 교환한다면 각자 진의에 대한 오해 없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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